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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May 22. 2024

나는 매달 급여와 소개팅한다

약속시간 전에 미리 나가서 기다린다 이거예요

회사가 직장인의 자아실현의 장이냐는 물음에 거짓말이라고 속지 말라는 말부터 받은 만큼만 일하라는 말까지 온갖 갑론을박이 펼쳐지곤 한다. 

이거 진짜 반박 못한다는(ㅇㄱㄹㅇ ㅂㅂㅂㄱ) 답글을 보며 여기서 청개구리 심보가 불쑥 올라왔다. 내 인생의 1/3시간이 들어갈텐데,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과 검증에 들어갔다.


첫째, 회사에서 자아실현, 그 어려운 걸 2024년에 해냈다. 출근을 하면 브런치 글감이 쏟아지고, 데이터 관련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도 나오기 때문에 같은 R&R · 업무일지라도 수행 방식으로 나를 담아가는 것 외에도 직접적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었다. 어쩌면 회사원의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대화에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둘째, 2023년 1년 동안 퇴근 후 회사 이름표 떼고 내 이름으로 일해본 결과 사원증 없이 신분증만으로는 월급만큼 버는 건 어려웠다. 최종적으로 벌었던 금액은 일한 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시급에도 미칠 것이다. 얼마를 받든 지금 시장에 홀로 섰을 때 내 이름값보다 더 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나는 돈 덕분에 일한다. 또 회사라는 녀석은 약속한 돈 외에도 설레게 용돈(성과급 = PI + PS)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소개팅도 3프터(3번의 애프터)가 룰이라 3번 정도 보면 더 좋을 듯싶다. 돈 더 줘, 사람도 더 줘.




급여 이체일까지 D-1이다.

D-0, "0,000,000원 SY역에서 승차입니다."

???:  '잠시만요, 내릴게요~'

SY: '???은 월급 프리패스권으로 끊었어요!'

2PM, "000,000원 SY역에서 하차입니다."


자취를 시작하기 전인 집콕러로서 하차태그가 찍히는 금액 자체는 소소한 편이다. 처음 받아본 꾸준한 노동의 대가는 선물을 사거나 갖고 싶었던 물건이나 서비스도 이용해봤다면, 요즘은 '푼돈 그냥 모으지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돈을 쓰면서 느끼는 재미도 상당한데 돈을 모으면서 오는 든든함은 꽤나 크다는 걸 알아버렸다. 나는 신용평점 쌓일 때가 저 두 가지가 주는 감정보다 더 좋다. (대출 받을 계획이 있냐고? 없다. 그래도 신난다.) 금융회사가 날 믿고 구멍난 주머니에 손 넣어서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게 인정받는 기분이다.


물론 실제 대출심사는 받아봐야 아는 것이다. 잊지말자, 내 돈이라면  Lv.1에게 돈을 빌려줄 때 흔쾌히 승낙할 수 있는 용기는 내기 쉽지 않다는 걸. 부결이 났다고 뺨 맞고 다른 데(금융당국) 눈 흘기지 말자는 거다.  시리니까.




어릴 때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양새는 아니어도 내 모습이 마음에 쏙 든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확실한 건 없지만 경로에 이탈하는 선택을 하고싶어서 늘 일을 벌린다. 내비게이션이 고장나서 감당이 안될 때도 있지만, 뭐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나. (회사 업무 하나만으로는 자아실현이 덜 되는 걸)

가끔 부담되지만 자주 즐거우니까 그걸로 족하다.


주변에 나를 웃게 만드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어서 고마울 때가 많다. 놀랍게도 회사분들도 포함된다. 다행히 익숙한 무례함이 느껴지는 실례인 사람들도 있어서 균형이 잘 맞춰진다. 정의의 여신상이 법원 앞에만 있는 줄 알았다면 요즘은 회사 안에도 있다.

오월의 내 하루, X자식 디톡스가 필요하다. (@핀터레스트)

일과 돈이라는 게 다양한 감정을 타협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조커 그 자체다. 돈을 너무 어렵게 대하지 않는게 앞으로 내가 바라는 바다. (손님처럼 대하기 보다는 친구가 될거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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