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만다라트, 2달 성적표

날씨가 힘쓴 시작

by 늘여름

빵은 못 끊었지만(안 끊은 거지만), 운동 강도를 높이는 건 해낸 2026년 1~2월입니다. 이번엔 특별하게 연말 연초 카운트다운을 야근 후 (12시 케이크를 먹는 걸 유보하기 위해) 향한 헬스장에서 했습니다.


위염과 장염이 누구 하나 질세라 동시에 찾아온 컨디션으로 오후 8시까지 영업하는 내과의 진료실 문고리에는 네잎클로버 인형이 걸려있었습니다. 지금은 힘겹지만 이 문을 넘어서 나가면 행운이 걸려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차올랐습니다.


임직원들이 1년 목표를 체계적으로 설정하는 회사처럼 저 또한 제 인생 KPI를 2024년과 같이 다시 한번 매겨 보려고 합니다. 사고의 흐름이나 과정을 보면 실력을 알 수 있다고 하던데요,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자세히 살펴보면 변수로 둘러싸여 있어 순간 긴장할 때가 있더군요. 그럴 때마다 "호들갑 떨지 마. 처음엔 너 이만큼도 못했잖아. 됐어, 그냥 해. 원래 어려운 거야. 늘게 되어있어"라며 나지막한 주문을 반복해 봅니다.

25년 회사 송년회와 대학 동기 망년회(를 가장한 다과회)입니다. 만다라트에 8가지 새해 계획을 촘촘히 담아봅니다. #일 #건강 #배움 #인간관계 #돈 #사랑 #습관 #운
끝나고 먹는게 운동이 되는 전제는 풀이나 단백질이고요, 인터벌 러닝으로 체력이 늘면서 늦을 것 같으면 시속을 높여 지각을 면하는 스킬만 늘었습니다.


신학기가 캘린더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뛸 법도 하건만 아침 운동은 체질에 맞지 않아 여유롭게 출근하던 제가 이제 퇴근 후 뛰어다니게 생겼습니다. 3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사업계획과 실적에 맞게 분기별, 반기별, 연간으로 1년을 나눠보았던 저에게 다시 1,2학기 개념이 돌아왔습니다. (과제도, 시험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가득 가지고 입학한 대학원 동기들과도 서너덧 인사말을 주고받고 안면을 트는 중입니다. 몇 년 동안 평일 2번, 주말 1번 동료들만큼 자주 볼 사람들이 삶에 등장했습니다.


더 이상 OT는 강의 개요와 공지사항을 소개만 하는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모두의 시간은 귀하기에 중간고사를 건너뛰더라도 1주 차라도 더욱 많은 걸 알려주고 싶어 하시는 교수님도 계셨답니다. 활자일 뿐인데도 한껏 신이 나있는 게 느껴지시나요?


저는 있는 힘껏 배우고 적용하고 응용하면서 힘들지도 모르는 순간이 와도 끝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과목(강화학습)은 교안만 열어봐도 설레고요, 예습이나 복습을 해야 겨우 본 수업 때 머릿속에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개강 첫날부터 저와 동기 한 명 외에 듣지도 않는 수업을 하는 강의실을 못 찾고 지각해버리고(너는 무슨 대학원까지 와서 길을 잃니), 스터디룸은 연장하지 못하고 2번을 옮깁니다.


안 해본 걸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 무엇을 가져다줄까

이직한 지 1년입니다. 눈물 자국 마를새 없이 치열하게, 새까맣게 저를 태워가며 적응해 갔습니다. 어느새 담당 업무 외에도 조금씩 새로운 일도 해보며 확장이 시작된 듯합니다. 사무실 옆자리 이웃 클로버님과 클로징을 앞둔 업무에서 서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관련 TF도 진행 중입니다. 제가 일하면서 막연히 해봤으면 싶은 것들을 펼쳐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특히, 선형대수)을 이곳저곳 여차저차 써먹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처음 해보는 일을 어떻게 대하고 계신가요? 저를 비롯한 누구나 시작은 미숙하니 잠깐의 형편없음에 속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임하면 오히려 일이 잘 풀릴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저는 수업이 끝나고 중도 열람실 구석에서 TF과제 회의록과 기획안에 갇혀 있지만요.

길가다 일상 속에 쿡 웃었던 순간들입니다. 그때는 일행과 깔깔거리며 행복을 몇줌 거머쥔 기분이었는데 다시 보니 뭐가 그렇게까지 즐거웠나 궁금합니다.(근데 과학시조는 진짜 웃겨요.)
하지 않는 겸손보다 하는 순정, 마음에 모험을
"너무 좋아"는 재능입니다. 당신의 "좋아함"을 해방합시다.

오하림 작가님, <일본 광고 카피 도감>




시간을 아깝게 쓰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3월이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오늘의 초심을 글로 남깁니다. 아래의 발췌 문장은 저에게 대학원 지원동기와 합격기원 찹쌀떡(요즘으로 따지면 두바이 쫀득 쿠키)의 역할을 한 이야기입니다.


제 삶에 일시정지가 걸려 환생, 현생, 마감 중 한 가지를 고른다면 저는 현생에서 제가 개발하고 싶은 서비스를 더욱 확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에 발을 들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니 그 순간이 오기 전에 안 되더라도 일단 해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일행은 홍살문을 지나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마지막 기회가 찾아오는 거니까요. 이제 여러분은 이곳에서 또 다른 삶을 준비할 겁니다.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곳에서까지 끝내지 못한 일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자신이 한심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열정이란 무엇인가.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 뜨겁게 불사르기보단 꾸준히 물을 주는 것. 그리하여 죽어가던 꽃을 살리는 그 마음.

이재문 작가님, <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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