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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킹 Jan 31. 2024

아프니까 로3이다

[로스쿨 생활기 #10] 감기에 걸려서 아팠다


서울에 갔다왔다가 감기에 걸려서 왔다. 서울에서 일정이 고되기도 했고, 잠자리가 추웠으며, 마지막에 기차를 놓칠까 급하게 뛰어서 간신히 탔는데, 딱 그렇게 기차에 오르는 순간 쎄한 느낌을 느꼈다. 최근에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는데, 5년도 더 전에 느껴봤던 감기기운이 느껴졌다.




현대의학을 의존해야 할 나이가 왔나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에 몸살을 앓았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오렌지가 먹고 싶어서 쿠팡으로 배달시켜서 먹었다. 몸이 감기라서 비타민을 요구하는구나 싶어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인후통이 심하게 왔다. 차가운 오렌지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목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이번에는 뜨끈한 국밥을 든든하게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배탈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먹으면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와서 맛있게 먹었다. 그 다음날, 역시 나을리가 없었다. 그래도 뭐가 자꾸 먹고 싶은 걸보니 죽을병은 아니구나 싶었다.


 뭔가를 시도할 때마다 아픈게 하나씩 추가되니까 애매한 민간요법을 따라할 수는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따뜻한 물만 많이 마셨다. 나는 내가 원기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골골거리니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2주가 다 되어서야 잡혀가는 감기를 보니 나도 이제 자연치유력만 믿고 있을 나이는 지났구나 싶다.


올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는 시기입니다.


 며칠 전 올해 사주를 모바일로 봤는데 올해 주의해야 할 것에 맨 첫번째 문장이었다. 특히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감염병을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소름끼치는 정확도에 깜짝 놀랐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아파야 할 운명이었다면 연초 방학에 아픈게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예기치 못하게 컨디션의 난조가 있을 수 있어, 평소 무리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식습관을 조절해야한다고 하니 잘 참고해서 생활패턴에 신경을 써 봐야겠다.


 그래도 직업운과 재물운이 좋은 한 해라고 하니, 로스쿨 3학년이 되는 인생 진로에 중요한 시기에 좋은 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건강을 다소 희생해야하는 건 안타깝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식사, 운동조절과 영양제를 잘 챙겨먹도록 해야겠다.


로3은 병명과 함께하는 것이다.


 몇 달 전만해도 변호사시험은 남일처럼 생각했다. 이제 내 이야기가 되니 심란스럽다. 작년에 로스쿨 3학년 선배들 보면 병원가서 진단명을 하나씩 받아오던데, 내가 3학년이 되자마자 그 심정을 이해하겠다. 아직 본격적으로 공부 시작도 안했는데 이상하게 쇠약해지는 체력과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나를 힘들게한다.


 갈수록 변호사시험은 변호사시험 적합도가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변호사시험은 1년에 한 번 치는 국가시험인 만큼 중요한 쟁점을 논쟁의 여지 없이 내는 편이었는데, 갈수록 협소한 쟁점이나 미간행 판례들이 당락에 영향을 줄만큼 비중있게 출제되고 있어 갈 수록 걱정이 된다. 정말 잘하는 선배들도 변시 앞두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썩 잘하지 않는 내 변시 결과 이전에, 그 시험의 압박을 견뎌야할 내 미래가 속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야 한다. 이미 로스쿨 3학년이 되어 변호사시험을 1년도 채 남기지 않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였다. 매몰비용이 너무 커서 돌이킬 수도 없는 마당에, 평생의 직업을 결정할 이 한해를 참 잘 보내야겠다 싶다. 적어도 후회가 남지는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다만, 아프지는 않게 조심할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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