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킹 Feb 04. 2024

결혼과 아이 강요하는 엄마

[로스쿨 생활기 #11] 학생이라 참고 있다


나는 결혼도 아이도 생각이 없다. 그런데 엄마는 지속적으로 아이가 있는 삶의 필요성을 말하고, 결혼은 필수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로스쿨 학생이다.




1. 현재의 강요가 아니어서 그냥 넘어갔었다.


 어차피 엄마가 말하는 건 로스쿨 졸업 이후의 이야기라 지금까지 결혼이나 아이를 강요하는 말은 그냥 넘겨왔다. 그런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것을 계속적으로 강요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너무 스트레스다. 대화가 끝난 뒤에도 며칠동안 생각나서 화가 날 지경이다. 한번 화를 낼 수도 있지만, 부모님과 큰 분쟁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기반이 있을 때로 미루고 싶었다. 그런데 그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공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2. 엄마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엄마의 결혼생활은 불행까지는 아니었지만, 행복한 일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결혼과 아이 강요에 더 화가 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엄마에게 나로 인해 엄마가 고생하고, 몸이 망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내게 그런 삶을 강요한다는 건, 결코 나를 위한 강요가 아닌 것이다. 그 나이대 어른들이 그저 종교처럼 믿는 결혼과 아이가 정상적인 삶이라는 신념이고, 자녀의 결혼을 통한 자기 체면 차리기인 것 뿐이다.

 나는 그래서 엄마에게 결혼자금 지원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임대아파트는 부모님 도움 없이도 신혼집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로스쿨에 가서 지금 내 친구들 중에 결혼은 물론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있다. 로스쿨 졸업과 동시에 결혼해야 적당한 나이라서 당연히 돈도 없다. 엄마가 내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이 없는 걸 내가 뻔히 아는데, 결혼과 아이라는 엄청난 선택을 강요하는 건 최소한의 자격도 없는 행동이다.


3. 더 화가 나는 건, 엄마는 나의 이성관계에 부정적이다.


 이성친구, 연애 모두 부정적이다. 정확히는 건전하지 못한 연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 결혼적령기가 다 된 사람의 연애가 건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럼 어떻게 결혼상대를 구하고 아이를 만들까. 그 덕분에 나는 이성 없이 사는 삶이 익숙하다. 그러니까 엄마가 원하는 건, 사회생활 시작할 쯤 약한 진도를 나가는 진지한 연애를 한 다음 결혼을 하는데, 부모님의 지원을 안 받고 둘이 모은 돈으로 살림을 꾸려, 2년 안에 아이 만드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어떻게든 나를 결혼시키려고 이제는 나를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나 같은 사람 받아주는 이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조건을 볼 처지가 아니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말을 믿었는데, 엄마 성격 받아주고 있는 것만 해도 나는 상당히 좋은 성격인 것 같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나를 폄하하는 식으로 나를 원하는 방식대로 조종하곤 했다. 예를 들면 나는 공부를 안하면 안 될 외모와 성격이라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엄마가 내게 바라는 것을 나도 바랬다. 그런데 이 결혼과 아이라는 주제는 그 바람에 정면으로 충돌하니 이제야 그 가스라이팅하는 방식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수년 간 엄마의 결혼과 아이 강요로 스트레스 받아온데다, 이제 변호사시험을 한 해도 남기지 않은 중요한 시기에 종종 생각나서 나를 괴롭히니 무언가 조치를 해야할 것 같다. 나도 결혼비용을 강요해볼까, 아니면 대차게 화를 내볼까, 아니면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에 지장을 주니 변호사시험 끝날 때까지 언급을 말아달라고 부탁해볼까. 자식의 삶을 통해 부모가 기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원하지 않는 걸 그저 부모라는 이유로 강요하는 건 정말 못됐다.


작가의 이전글 아프니까 로3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