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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의 결과는 달콤하다

더 애쓰기보다 혼날게요

by 서의겸


이제는 더 이상 아등바등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변호사시험이라는 큰 관문을 넘었고, 그 때의 관성이 남아 한동안 직장생활도 아등바등하고, 작은 결과에도 희비가 갈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이제 실패해도 매몰비용이 크지 않다. 그저 혼나고 일을 잘한다는 평판을 포기해야되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혼나는 일에 적응하는 것 뿐이다.



1. 변화 없이 원하는 걸 가지기 어렵다.

나는 아마 평생을 변해야 한다는 압박에 살았던 것 같다. 학생 때는 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어야 했고, 더 정중한 태도를 가져야 하며, 더 돈을 적게 쓰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게 애쓰고 노력해서 나는 전문직자격증과 직장을 얻었다. 하나 더 요즘은 체중관리를 위해 덜 먹고, 더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내 마음의 평화를 포기하고 변화를 위해 고통을 감내한 결과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결과를 향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통을 감내하기 위한 연료가 다 떨어졌다.


2. 내가 혼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할 때

내가 이렇게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은 내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가장 컸을 것이다. 남들보다 뒤처지고,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마치 재난처럼 내게 고통을 줬다. 하지만 여전히 하자 없는 인간이 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 또 노력하고 발전하면 될까? 그렇게 살다가 연료 고갈로 예측하지 못한 지점에 추락하는 우주선이 되어버릴 것 같다. 그렇다면 답은 혼날 것을 감안하고 애쓰는 것을 덜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눈치를 안보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우선은 그 친구들의 성품이 괜찮아서 자기의 마음가는대로 살아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다음으로 다소 예측하지 못한 태도를 보일 때는 있지만 생각보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어느순간 그런 사람인가보다 인정하고 살아가게 되더라. 그래서 나도 그들처럼 내 마음을 더 챙겨보려고 한다.


3. 평안과 무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너무 큰 즐거움도 독이 되는 때인 것 같다. 술을 마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건강과 사람들과의 불화라는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다. 자기계발도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너무 내 자신을 몰아붙이고,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우선 이미 나는 사회구성원으로써 내 몫을 하는 궤도 진입했고, 다음으로 이제 나이가 있다보니 건강을 챙겨야할 때가 왔다. 큰 기쁨보다 괴로움 없는 평안함과 무탈함이 필요한 때이다.




심심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도 너무 끈끈한 것보다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불화 없이, 그렇다고 매너를 잊는 것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생활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만 노력하고 자기착취에 이르지는 않게, 돈도 적당히 쓰고 즐겨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만히 있는 걸 불안해하지 않고,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지금 이대로의 인생을 향유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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