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시하고 싶은 사람을 피하는 법
연락을 하는 방식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친구끼리 사소한 이야기도 주고 받는 사람이 있고, 용건만 간단히 하는 사람이 있고, 핸드폰을 자주 확인하지 않아 답장이 느린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 답장이 느린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어찌저찌 만나고 나면, 기분이 찝찝하다. 묘하게 공격 받았거나, 무시당했다고 느껴진다.
1. 가까운 사이임에도 만나면 긴장감을 준다
나는 오히려 가까운 사이라서 답장이 느려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답장이 느리다고 함은 용건이 있어서 연락을 하는 상황에서, 반나절 이상이 지나고 답변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만나고 헤어졌을 때 기분이 항상 좋지가 않다.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나만 하는 것 같고, 본인은 진짜 친한 사이는 서로 눈치볼 필요가 없어서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본인의 예민한 기분을 그대로 티내는 것 뿐이다.
더 나아가서 내가 말하면 딴지를 걸거나, 가르치려는 듯이 대답한다. 일이 힘들다고 하면, '힘든 거 알고 한거 아니야?'라고 답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썼네'라고 답한다. 술 먹어서 힘들다고 하면 '너는 술 좀 그만먹어'라고 답한다. 그렇다고 내 상황이 좋다고 말하면 그냥 반응이 없다. 음식이 어떤 점에서 맛있었다고 하면, '너가 맛 칼럼리스트야?'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잘 웃지도 않고, 대화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2. 내가 답장을 느리게 해봤을 때
나도 그 사람들만큼 답장을 느리게 해봤다. 참느라 조금 힘들었다. 나는 결론 지을 것이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힘들다. 상대방도 나도 답장을 느리게 하니, 날짜나 장소 하나 결정하는데 이틀이 걸린다. 더 나아가서 상대방은 내 연락에 답장을 안해버린다. 그래서 내가 그대로 두었더니, 하루쯤 걸러서 아무렇지 않게 답장이 온다.
그런데 좀 웃기는 건 나랑 같이 있을 때 계속 핸드폰을 본다. 그래서 확신을 했다. 느린 답장을 통해 결정에 주도권을 가지고 싶은 거구나. 답을 기다리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걸 넘어서, 자기는 기다리지 않고 자기의 마음이 내키는 때 결론을 지을 수 있는 그런 관계에서의 우위에 서고 싶어서 일부러 기다리게 만드는것이라는 걸 알았다.
3. 내가 본능적인 무시를 이끌어내는 걸까
나는 가까운 사람 중 위와 같은 사람이 몇명 있다. 몇명이나 있다는 것은 내가 본능적인 무시를 이끌어내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심이 있어서 그런 내면의 부정적인 기질이 발휘되지 않도록 해주는 배려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내가 그런게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나는 무례한 소리를 들어도 그 순간은 웃어 넘기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화가 나는 식이다. 그래놓고 또 잊고 아무렇지 않게 만나는 내가 어리석은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끊어내야겠다. 사회성 있는 사람들은 페이드 아웃, 즉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나의 불편함을 자신의 자존감의 양분으로 쓰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연습을 해야 겠다.
답장을 느리게 하고, 만날 때마다 자기 기분에 내가 눈치를 보게 하는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힘든 점이 있고, 사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이제 더 이상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해야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밥벌이를 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정착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내 입장을 챙기려고 한다. 만남이 즐겁지 않은 이들과 완벽하게 멀어질 수는 없겠지만, 다소 관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연습을 해서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