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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구걸

by kjchoi

거의 전화를 잘 안 한다


가끔

아주 가끔 전화를 하긴 한다


어디 행복이나 좀 빌릴까 하고


아니 갚을 기약을 할 생각이 없었으니


구걸이 맞겠다



벨은 울린다

안 받는다

음성메시지 나오기 전에 빨리 끊는다.



전화를 건다

문자가 바로 날아온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건다

바로 받는다.


/은옥아 ~~~ 머 하냐

ㅡ그냥 있어



/행복해?

ㅡ그냥 그래 안행복하면 행복하게 해 주려고?

ㅡ태어나서 행복하냐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그런거야?

ㅡ안 죽었으니 사는 거지

ㅡ일주일 전에 울아파트에 우울증으로

블라블라 어쩌고저쩌고.



/세상에~~~ 어쩌냐 어쩌냐

ㅡ아무 일 없으니 행복한 줄 알아



/응 그래

ㅡ그러니까 그냥 사는 거야



그렇다

그냥 사는 거다


행복하지 않아도 그냥 사는 거다

행복해도 그냥 사는 거다


사무실 저쪽 탁자에 시든 꽃이

나를 본다

왜 내가 있는데도 안 행복해?


시든 꽃에 물 한잔 준다

너라도 행복해라



나도 물 한잔 마신다

나라도 행복하자

이게 행복한 걸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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