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타협하지 않는다
작가란 글을 쓴다는 건.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고
괴로워도 즐거운 척
기뻐도 슬픈 척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소위 글을 쓴다는 사람의 숙명일 것이다.
나의 찰나의 감정까지
너의 미소뒤로 스쳐 지나가는 옆얼굴에 번져가는 슬픔 반스푼조차 읽어내 버리는 작가라는 사람들의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인 덧붙임으로
모름지기 작가란 진실함과 예민함을 한 몸으로 다 견뎌내야 하는 처절한 숙명인 것이다
그렇기에 글을 쓴다는 건 때로 자신을 죽여가고 있다는 걸 나는 19살 즈음에 알아버렸다.
글을 쓰며 나를 세우고 살려가는 사람과
글을 쓰며 나를 깎고 깎아 죽여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어느 날 나는 습작하던 몇 권의 노트를 모조리 갖고 나와
시골집의 마당에서 혼자 제단을 만들고
[화 형 식]을 치렀다.
소위 붓을 꺽었다
활활타서
검은재로 변했다가 회색의 재로 변해가는 나의 글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제야. 나는
그냥 좋은 척 괜찮은 척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나의 내밀한 속내를 현미경으로 보듯 확대해서
들여다보고 앞으로 보고 뒤집어보고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길게 늘여
맛보고 느끼고 재단하고 다시 느끼고 글로 풀어내다 보면
그 느낌에 과몰입하게 되어 증폭되어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
글쟁이의 숙명이다
번뇌와 고뇌와
진실한눈과 슬픈 눈을 장착하게 된다
절대로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대충대충 넘어갈 수가 없는 글쟁이의 고뇌를 얻게 되는 숙명인 것이다
화형식 이후로
나는 크게 웃고 다니는 유쾌한 사람이 되었다
적어도 그런척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타고난 섬세함으로 인해 공기의 흐름을 읽어내고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슬픔인지 기쁨인지 읽어내 버리는
예민함을
나는 모르는 척
못 느끼는 척하고 덮었다
그저 웃지요 하며 살 수가 있었고
어느 정도 진짜로
무딘 사람
둔감한 사람
허허실실. 사람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잘된 일인지
잘되지 않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삶을 살아내기는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글쟁이의 숙명을 달고 사는 사람들
작가님들을 응원하며 위로하며
오늘의 아침 단상.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살아있어서
숨 쉴 수 있는 행복감을 만끽하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