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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이라는 희망, 그 안에 숨겨진 진짜 현실에 대하여

by 법인대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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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법인회생, 정말 마지막 해답일까? : 법무법인 주연


많은 대표님들은 경영이 한없이 무거워지는 순간에
‘법인회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마치 마지막 남은 산소통처럼.
마지막으로 잡을 수 있는 밧줄처럼.

부채는 쌓이고, 거래처는 흔들리고,
채권자의 전화가 멈추지 않는 시점이 되면 누군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제 회생밖에 없어요.”

하지만 여러 건의 사건을 직접 맡고, 또 조사위원으로 수많은 기업을 만나면서
저는 한 가지 진실을 배웠습니다.

법인회생은, 모든 회사에게 주어진 정답이 아니다.



한 회사의 이야기

한 제조업체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어느 날, 가장 큰 거래처 한 곳이 부도 나면서
너무 큰 금액을 떼이게 되었습니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그날 이후 회사의 숨은 조금씩 막혀갔습니다.

결국 회생을 신청했고, 회생계획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1차 연도에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담보채권을 변제하겠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고 법원의 인가결정까지 받았죠.
대표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그러나 현실은 조금 더 잔인했습니다.

경기는 얼어붙었고 부동산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매각을 진행했지만 그 대금조차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변제를 이행할 수 없게 되자 회사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마침내 파산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부동산을 매입한 회사조차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계획은 같았고, 결과도 같았습니다.

파산.



회생이 ‘구명보트’가 아닌 이유

‘회생’이라는 단어는 마치 회사를 다시 살려주는
치유의 주문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회생은 치료가 아닙니다.
회사는 이미 큰 수술대 위에 올라와 있는 셈입니다.

회생을 견딜 체력과 구조가 없다면 그 수술은 회사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특히 대표가 곧 주주인 구조라면 회생 이후 지분 대부분을 잃거나
아예 소유권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생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회사가 더 이상 대표님의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죠.



회생을 고민하기 전에 묻고 싶은 질문

회생은 좋은 제도입니다.
하지만 아무 회사나 살리는 제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회생을 고민하고 있는 대표님께
저는 언제나 같은 질문을 드립니다.

이 회사는 실제로 다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가요?

매출 회복 가능성은 명확한가요?

예납금, 전문가 수수료, 절차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남아 있나요?

무엇보다, 회생 후 다시 설 수 있는 힘이 회사에 남아 있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말할 수 없다면,

회생이 아닌 다른 선택—
때로는 ‘조기 파산’이라는 더 현명한 결단을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절차’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판단’이다

회생을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절차가 회사를 살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판단이 회사를 살립니다.

막연한 희망, 지인의 조언,
“회생하면 다 해결된다”는 말은 종종 기업을 더 외롭게 만듭니다.

기업의 재무 구조, 산업 전망, 채권 관계를 차갑게 들여다보고

그 위에 세운 결론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진짜 경영자의 용기라고 저는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인회생은 분명 많은 기업을 살려낸 제도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을 살리지는 못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가 정말 회생해야 할 때인지,

아니면 한 번 정리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지.

그 판단이 대표님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누구보다 회사와 함께 버텨온
대표님 자신이 내릴 수 있는가장 중요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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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법인회생, 정말 마지막 해답일까? : 법무법인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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