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의 기억, 사라지지 않는 빚 '가지급금'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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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법인파산 시 '가지급금'은 어떻게 될까? 파산관재인의 환수 절차와 법적 근거 정리 : 법무법인 주연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순히 간판을 내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년간 쌓아온 숫자의 기록들을 법과 회계라는 현미경 아래 낱낱이 공개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대표님은 법인 파산을 선고받으면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 믿곤 합니다. 하지만 장부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은 가지급금은

파산이라는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대표님의 발목을 잡는 유령이 되곤 합니다.

오늘은 회계사 출신 변호사의 시각에서, 법인 파산 절차 중

가지급금이 어떻게 현실적인 독촉장으로 변해가는지 그 차가운 진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파산관재인, 숫자의 행간을 읽는 사람

파산이 선고되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합니다.

그는 회사의 마지막 재산을 모아 채권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관리자입니다.

관재인이 재무상태표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무는 곳은 단연 가지급금입니다.

법의 시선에서 가지급금은 단순한 회계 계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빌려 간 대여금이자,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져간 부당이득이며,

때로는 회사의 자산을 축낸 손해배상의 대상입니다.

관재인은 이 숫자를 실질적인 현금으로 바꾸어낼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관재인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기에,

그들의 추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집요하고 철저합니다.



입증의 무게: 침묵은 곧 책임이 됩니다

대표님들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그 돈, 다 회사 영업을 위해 쓴 겁니다.

접대비로도 쓰고 급한 자재비로도 썼어요."

하지만 법정에서 말은 힘이 없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는 명확합니다.

돈을 가져간 사람(대표이사)이 그 돈의 구체적인 용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돈은 고스란히 대표가 갚아야 할 빚이 됩니다. 관재인은 그저 "회사의 돈이 대표에게 흘러갔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됩니다. 반대로 그 돈이 정당하게 사용되었다는 증거—영수증, 계약서, 지출결의서—

를 찾아내는 것은 오롯이 대표님의 몫입니다. 입증하지 못한 숫자는 전액 환수 대상이 됩니다.



가족에게 닿는 차가운 손길, 부인권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은 대표님의 실수가 가족에게까지 번질 때입니다.

파산 직전 장부상의 가지급금을 억지로 털어버리려 했거나,

그 돈을 아내나 자녀의 계좌로 옮겨두었다면 관재인은 부인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냅니다.

"이 거래는 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이므로 무효입니다."

이 선언과 함께 소송의 화살은 가족을 향합니다. 돈을 받은 가족이 피고가 되어 법정에 서야 하고,

이미 써버린 돈이라 할지라도 개인 재산을 압류당하는 비극이 시작됩니다.

가지급금은 단순히 대표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안식처까지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형사 처벌의 갈림길: 횡령과 사기파산

민사적으로 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한 가지급금이 거액일 경우, 이는 업무상 횡령으로 번질 위험이 큽니다.

회사의 공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혐의는 최대 10년의 징역형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거운 죄입니다.

파산을 통해 인생의 짐을 덜려다가, 도리어 신변의 자유를 잃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침표: 숫자를 법리의 언어로 소명하는 일

이미 파산이 선고된 후에 대응하는 것은 늦습니다. 파산 신청 버튼을 누르기 전,

우리 장부 속의 가지급금을 전수 조사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영수증을 찾고,

당시의 이메일과 계약서를 뒤져 '업무 관련성'의 퍼즐을 맞춰야 합니다.

회계사의 치밀한 분석력과 변호사의 법리적 방어력이 결합되어야만,

이 무거운 숫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가지급금은 단순히 없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끝까지 추적되는 현실적인 빚임을 기억하십시오.

회계 장부를 다시 펼쳐보십시오. 그 숫자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말을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 미리 대비하는 것만이 대표님과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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