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을 통해 마주하는 삶의 진리 <역설>

거닐라 노리스의 시 <역설>을 읽고

by 김태경

좀 더 젊었을 적에는 시간을 사람들로 꽉꽉 채워 즐기는 데 힘썼다.

중년이 된 지금은 혼자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간이 풍요롭고 소중하다.


인생이란 게 이 사람 저 사람 사연이 뒤엉킨 복잡한 실타래 같은 것일진대,

그럼에도 나이가 들수록 '단순함' 만큼 명료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통장에 돈이 쌓이고, 화려하고 예쁜 가방을 들고, 힘 있는 자리에 앉게 되더라도

빈 마음이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무용하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살면 살수록, 딸린 식구가 많아질수록 도전과 용기를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과 사회를 겪으면 겪을수록 찌질하고 소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거닐라 노리스(Gunilla Norris)는 이런 내 마음을 기똥차게 알아챈 듯하다.

그의 시 <역설>을 소개한다.



역설

-거닐라 노리스


처음 침묵 속에 앉아 있으려 할 때

그토록 많은 마음속 소음과 만나게 되는 것은 역설이다.

고통의 경험이 고통을 초월하게 하는 것은 역설이다.

고요함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충만한 삶과

존재로 이끄는 것은 역설이다.


우리의 마음은 역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들이 분명하기를 원한다.

안전이라는 환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분명함은 커다란 자기만족을 안겨 주기에.


하지만 우리 각자에게는 역설을 사랑하는

존재의 더 깊은 차원이 있다. 겨울 한 가운데이 이미

여름의 씨앗이 자라고 있음을 아는.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기 시작한다는 것을 아는.


삶의 모든 것이 밝았다 어두웠다 하면서

무엇인가로 되어 간다는 것을 아는.


어둠과 빛이 늘 함께 있으며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과 맞물려 있음을 아는.


고요함 속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더없이 깨어난다.

마음이 침묵할 때 우리의 귀는 존재의 함성을 듣는다.

본래의 자기 자신과 하나 됨을 통해

우리는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우리네 일상에도 사소한 역설의 상황은 존재한다.

그렇게 엄마 엄마 찾아대면서도 엄마가 외출한다니까 아이 입가엔 미소가 번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좋다 너무 좋다 하면서도 텔레비전 속 사람들 보느라 off는 지연된다.

남의 삶은 보고 싶어 하면서 정작 내 삶은 나 스스로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렇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이 같은 평범함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것도 역설이라면 역설이지 않을까..

영화처럼 살지 않고 아무 일 없이 그럭저럭 살아서 감사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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