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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체유심조 Mar 09. 2024

오늘도 나의 밥심으로

   이제 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하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은 옛말이 됐다. 따뜻함이 미세한 먼지로 대체되어 삼한사미(三寒四微)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봄 날씨다. 거기다가 봄장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비가 연일 내리고 있으니 어쩌다 반짝하고 구름사이로 밝은 해를 본 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년과는 너무도 다른 날들의 연속이다.      

  들쑥날쑥 기온의 차가 크다보니 환절기 건강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통과의례처럼 병원출입이 잦았다. 그러나 산청으로 이사를 오고 난 뒤 큰 병치레 없이 스스로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씩씩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온 나라 안이 코로나19로 들끓고 있을 때도 예방접종 3번으로 무사히 넘겼었다. 


  그런데 입이 방정이라고 며칠 전 지인과 함께 숯가마를 다녀오고 나서 몸에 탈이 나 버린 것이다. 첫 날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묵직할 정도여서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급격하게 감기몸살기운이 올라오는 것이다. 순식간에 손톱끝부터 발톱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을까 싶어 타이레놀을 먹었지만 약기운이 돌 때 그때 뿐, 통증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온 몸이 어디에 두들겨 맞기라도 한 듯 어찌나 아픈지 입에서 “아야아야”가 곡소리처럼 흘러나왔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아프고 밤에 잘 때도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밥 때가 되면 연신 입으로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입맛은 살아 있어 끝끝내 밥 한 그릇을 비운다. 함께 밥을 먹던 남편이 “다행이다. 빨리 낫겠다”며 추켜세우지만 스스로도 ‘이건 뭐지’라는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당기는 입맛은 아픈 일주일 내내 변함없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의사 선생님이 이번 감기는 오래 갈거라고 엄포를 놨음에도 다행히 일주일 만에 집안에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나이 탓인지 몸은 개운할 정도로 회복되지 않고 10일이 지난 지금도 머리전체가 콧물에 잠긴 듯 정신이 멍하다. 무심코 찬물에 담근 손끝이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흠칫 놀라기도 한다. 후유증으로 후각 기능을 잃어버린 지금에도 밥 때가 기다려진다는 아이러니가 의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일이지만 감기와 서서히 이별 중이다. 


  이번에 호되게 감기몸살을 앓으면서 드는 생각이, 결혼 이후 잔병치레로 편한 세월이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자라면서 내가 허약체질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결혼 후 맞벌이와 집안 일로 체력에 한계가 왔고 결국은 일도 접어야만 하는 상황까지 갔었다. 쉬면서 건강은 다시 회복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체력 한계에 무리가 생긱게 되면서 현실은 녹록치 않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프면 아픈대로 받아들이며 살자 했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순(耳順)을 넘겼다.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몸도 마음도 편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세월에 장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살고 있으니 예전보다야 건강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늘어나는 나이 무게만큼 몸의 근육 무게는 줄어간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다만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움직이면서 건강밥상으로 몸과 마음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예전에는 몸이 아프면 마음도 함께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지옥이었다면 이제는 몸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마음은 평온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다행히 아직 큰 병 없이 건강하다. 다만 타고난 저질체력은 잘 다독여가면서 잘 데리고 살아가리라. 넘쳐나는 오늘도 나의 밥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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