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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우리 잘 지내요

by 최지현
성산이는 나들이 가는 줄 아는 것 같다



6개월 후에 봅시다



건강검진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났다.









웃는 것처럼 나왔지만 긴장 가득인 성산이



평일에 나 혼자 데리고 가도 되는 병원이지만, 이상하게 늘 남편과 함께 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주말에 간다.










짜증이 있는 대로 나버렸다


병원 싫어 모드 발동해서 녀석이라 안아줘도 싫다.

엎드리기도 싫다.


하다가 남편 옆에 누우라고 하니까 기분은 안 좋지만 찰싹 붙어있다.







병원을 나오니 편해지고 쉬고 싶은 성산이


수치들이 잘 유지되어 가고 있으니 우리는 6개월 후에 봅시다.


작년엔 수술 후라 더 세심히 챙겨줬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내심 걱정이 많았다.


병원 가기 일주일 전쯤, 과일을 먹고 소화가 안 됐는지 침을 많이 흘리며 계속 걸어 다니던 날이 있었다.

그날 밤, ‘혹시 이대로 잠들었다가 성산이가 죽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결국 별일은 아니었지만, 그때 느낀 두려움은 오래 남았다.


이제는 사소한 컨디션 변화에도 ‘혹시 떠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답례품 보자기로 귀엽게

11살의 강아지와 함께 산다는 건, 이런 불안감조차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검진하러 올 때마다 마음이 떨리겠지만, 앞으로는 ‘셋이 나들이 간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다녀오려 한다.


주말마다 남편을 귀찮게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셋이 함께하는 성산이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년 4월의 검진은 초조함보다 안도감으로 기다릴 수 있길 바란다.





성산이를 키우며 나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인지 알았다면, 성산이에 관한 글을 쓰며 그 나약함이 얼마나 성장하고 기특해졌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성산이의 이야기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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