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철학 3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사르트르

근데 내 실존이 너무 앞서서

본질이 날 못 따라오고 있음.

그래서 나만 열심히 사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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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 소크라테스

알았어.

나는 연락 먼저 하면 안 되는 사람임.

깨달음 얻었고, 씹힘도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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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굴의 그림자를 본다’ - 플라톤

근데 난 걔가 나한테 웃어준 걸 진짜인 줄 앎.

결국 그림자 사랑함.

존나 문명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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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은 감각을 넘은 세계를 탐구한다

근데 나는 걔 인스타 좋아요 누르면서

감각에 너무 충실했다.

나 지금 좋아요 17개 눌렀는데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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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직선이 아니다’ - 베르그송

그래서 우리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걔는 직진했고, 나는 과거에 정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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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무거움’ - 밀란 쿤데라

근데 난 너한테 너무 가벼웠고

넌 내 존재를 느끼지도 않았더라.

내가 무거운 건 이불 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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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 성경 전도서

그래서 이번 연애도 똑같이 망했구나…

또 내가 더 좋아했고, 또 내가 울었고,

또 내가 이 글 쓰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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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超人)’ - 니체

연락을 안 받고도 멘탈 멀쩡한 사람을 봤다.

그게 걔였다.

그 사람은 초인이고, 나는 그냥 초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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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언어로 구성된다’ - 구조주의

그래서 나도 말로 고백했는데

걘 ‘ㅎㅎ’로 응답함.

나는 문장이었고, 걘 그냥 이모티콘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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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비극이다’ - 쇼펜하우어

그래서 나는 이제 희극처럼 웃는다.

정신 나가서 웃는 중.

울면 지는 거니까 웃는다. 흑흑.

‘만물은 변화한다’ - 헤라클레이토스

그래서 직장도 변했고

내 직위도 변했고

결국 변한 건 ‘퇴사자’라는 내 상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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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 오늘을 즐겨라

그래서 점심시간에 탕후루 먹었는데

씹다가 이 깨짐.

오늘을 즐겼고 내 보험료도 같이 즐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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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존재도 존재의 일부다’ - 하이데거

그래서 소개팅남이 ‘곧 도착할게’ 했을 때

나도 믿었는데, 존재 자체가 없더라.

진짜 존재론적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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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동일화가 아니다’ - 가다머

그래서 나도 이해한다고 했지.

걔가 날 안 좋아하는 거.

근데 이해한다고 마음이 안 아픈 건 아님.

이게 바로 감성-철학 협동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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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결핍에서 비롯된다’ - 플라톤

그래서 나도 연애하고 싶었는데

결핍이 너무 커서

그냥 결핍이 나를 욕망함.

나는 대상이 아님. 그냥 결핍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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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외부에 있지 않다’ - 에픽테토스

오… 그럼 내 전남친은 왜 나 없인 행복해 보이냐

이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집단소송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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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는 감각의 장이다’ - 메를로퐁티

그래서 어제 나 감기 걸린 몸으로 출근했거든?

신체가 감각했고, 상사가 빡쳤고,

나는 다시 이불 속이라는 장으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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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은 자기 이해의 부작용이다’

그래서 셀카 찍다가 울컥했다.

화면 속 내가 너무 불쌍해서.

사랑받고 싶다, 화면 속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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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존재의 본질이다’ - 하이젠베르크

그래서 걔가 나 좋아하는지 아닌지 애매했지

지금은 확실하다. 걘 나를 모른다.

존재만큼 확실한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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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정신을 단련시킨다’ - 스토아학파

그래서 연애로 단련됐고

이젠 차여도 표정 안 변한다

눈물도 없고 심장도 없음.

이게 바로 연애 3단 고통세트 클리어한 자의 내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