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의 마법 2. 단단하게 내리꽂는 말들

말맛: 부사의 마법 2

by 나일주

부사의 마법 2. 단단하게 내리꽂는 말들

— 툭, 딱, 꼭, 전혀, 도무지


말은 부드러울 수도 있지만, 때로는 단단해야 할 때가 있다. 감정이 찰나에 솟구치거나, 확신이 흔들림 없이 드러나야 하거나,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언의 말맛이 필요한 순간, 오늘의 부사들은 그런 문장을 만들어낸다.




‘툭’은 대체로 갑작스럽다.


예고 없이, 생각보다 짧고, 의외로 효과적이다. “툭 던지다”, “툭 말을 놓다”, “툭 내뱉다” 같은 표현들에는 계산이 없고, 그래서 거짓도 없다. 툭, 이라는 말에는 뭔가를 벼르지 않은 채 진심이 흘러넘치는 순간의 낙차가 담겨 있다.



‘딱’은 명확하다.


군더더기도 망설임도 없고, “딱 맞아”, “딱 그거야”, “딱 떨어진다”는 식의 문장은 말의 가운데를 정통으로 찌른다. 말끝이 단단히 닫히고, 공기가 정지되는 듯한 느낌. 누군가 “딱 잘라 말하자면”이라고 운을 띄운다면, 그다음 문장은 대부분 상처이거나 진심이다.



‘꼭’은 확신의 부사다.


어떤 말이든 단단히 고정시키고,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꼭 그렇게 해야 해”, “꼭 기억해”, “꼭 만나자” 같은 말들은 바람이나 당부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훨씬 뾰족하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감정이 들러붙는 동시에 의지가 박히는 이 부사는 이상하게도, 자주 쓰는 사람일수록 정이 많은 경우가 많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꼭’이라는 한 마디에 자연스럽게 달라붙는다.



‘전혀’는 부정의 문을 단단히 잠근다.


“전혀 몰랐어요”,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같은 문장에는 억울함이나 서운함, 때로는 후회에 가까운 절실함이 묻어난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지만, 막상 등장하면 다른 말들이 희미해질 만큼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도무지’는 약간의 절망을 품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같은 말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답답함이 담겨 있고, 그래서 슬플 때나 화날 때는 물론, 심지어 사랑할 때조차 쓰인다.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어” 같은 표현이 그 예인데, 이런 경우 ‘도무지’를 ‘도저히’로 바꿔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말맛은 분명히 다르다. ‘도무지’가 한숨 섞인 단념이라면, ‘도저히’는 조금 더 투쟁적인 부정이기 때문이다. 말은 이렇게 비슷한 부사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맛의 기울기가 달라진다.




이 다섯 부사는 부드러움보다는 정확함을, 은근함보다는 직설을 선택한다. 그래서 조심해서 써야 하지만, 잘만 쓰면 문장의 중심을 또렷하게 잡아주는 힘이 된다.

어떤 사람의 말에는 ‘툭’이 많고, 어떤 사람의 말에는 ‘은근히’가 많다. 어떤 부사를 자주 쓰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말투뿐 아니라 성격이나 태도까지도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


“툭 말이 나왔어”,

“딱 그거지, 뭐”,

“꼭 약속해”,

“전혀 몰랐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 같은 말들에는 긴 설명보다 더 큰 마음이 실려 있다.


부사는 단어 사이에 숨어 있지만, 그 한 방울이 말의 온도와 방향을 바꾼다.




다음 편에서는 감정을 조용히 물들이는 감성 부사들을 다뤄보려 한다. 때론 이유 없이 울컥할 때가 있지 않던가. 그럴 때 필요한 말들이 있다. 하필, 괜히, 다행히, 그리고 저절로. 말의 한켠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