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입니다

이혜란, 보림

by 반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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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따뜻해지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는 책이랍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먼 시골에서 택시를 타고 아들 집에 오면서부터 일어나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짜장면 가게를 하는 부부는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를 잘 모십니다. 가게에서 옷을 벗어도, 음식을 옷장에 넣어둬 구더기가 피어도, 자다가 옷에 오줌을 눠도, 음식 투정을 해도, 길가에서 잠이 들어도 아빠의 엄마이기 때문에 정성껏 할머니를 모십니다. 그런 이상한 할머니를 두 아이들이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림 속 신흥반점에 가서 짜장면 한 그릇 사 먹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족은 다섯 식구입니다. 처음부터 아이들 셋을 낳으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셋이 생겼고 셋째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여기고 낳았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소심한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2013년 가을과 겨울, 저는 25평 집에서 5세, 3세, 신생아 셋을 키우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이 되었습니다. 기관에 가지 않는 아이들 셋을 동시에 키우기란 매우 힘든 일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 육아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의 소심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워낙 조용한 아이들이고 첫째, 둘째가 사이좋게 놀았기에 저는 신생아 돌보기에 시간을 더 쓸 수 있었습니다. 정 힘들면 뽀로로나 호비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주의였지만 내 몸은 하나요 아이들은 셋인데 정말 바쁠 땐 그렇게 타협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세끼 밥만 잘 챙겨줘도 아이들은 쑥쑥 잘 자랐습니다. 심지어 서로 싸우지도 않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믿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세 아이들을 키우면서 큰 소리 한 번, 짜증 한 번 낼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육아는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5년간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하면서부터 그동안 모아 놓은 짜증을 다 풀어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 셋을 챙겨서 출근하기란 여간 바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이고 육아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출근시간이 다가오면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그 초조함을 서두르지 않는 아이들에게 다 풀고 말았습니다. 세상 착하고 엄마를 편하게 해 줬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와 시간이었음을 그래서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던 그 시간이 행복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매일매일 짜증과 사과의 반복이었습니다. 아침이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나서 밤이 되면 엄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 었다고 사과하기 바빴지요. 내일은 엄마가 아침에 화내지 않을게라고 말하고선 다음 날이 되면 또 얼른 서두르라고 화를 내기 바빴지요.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던 사과는 아이들에 제 손으로 준비를 다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끝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지요. 착한 아이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꼬라지를 언젠가는 정해진 양만큼 쏟아낸다는 것입니다. 순하고 착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도 사춘기라는 녀석이 찾아오더군요. 고 녀석들도 엄마가 쏟아내던 지난 짜증을 기억이나 하는 듯 이제 엄마에게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준 만큼 받는다고 저 역시 모질게 쏟아낸 만큼의 짜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상처가 되고 다툼이 되었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며 서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 끝없이 마음공부를 하고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족이 해야 할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함께해서 너무나 익숙한 가족이지만 살아보니 수없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더군요.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내가 행복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면 끝없는 배움과 노력으로 가족을 위해 애써야 얻어지더군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온 기질과 성격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것을 꾸준히 다듬고 닦아주어야 하고 모난 부분은 부모가 예쁘게 갈아주어야 합니다. 동글동글 예쁘게 다듬어서 사회에 나가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육아서 한 줄, 아이의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영상 하나라도 꼼꼼히 챙겨보아야 아이도 자라고 나도 자라서 부모가 됩니다. 그 진리를 아이들 셋 키우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못나도 내 새끼, 잘나도 내 새끼입니다. 부모가 사랑 가득 바르게 키워주면 나중에 무엇을 하든 제 몫을 하게 되겠지요.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항상 기도합니다. 오늘도 아웅다웅 북적북적하지만 그래도 함께해서 너무 좋은 우리 가족입니다. 부모의 노력만큼 빛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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