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용궁 여행

권민조, 천개의 바람

by 반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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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섬을 아시나요? 태평양 한 가운데 전 세계에서 모인 쓰레기들이 쌓여 마치 섬처럼 보이는 덩어리를 말합니다. 내가 어제 바닷가에서 마시고 버린 음료수 병이 있다면 며칠 뒤 그 쓰레기 섬의 한 영토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지분이 생긴 것이지요. 아이들과 환경교육을 할 때 저는 꼭 이 책을 읽어줍니다. 작가님께서 만들어주신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워 아이들의 정신을 쏙 빼앗아 놓습니다. 해녀 할머니를 따라 용궁에 다녀 온 것 같은 기시감이 듭니다. 우연히 동굴속으로 빨려들어간 할머니는 용왕님의 병을 고쳐주지요. 사람들이 버린 빨대 조각이 거북 용왕님의 콧구멍에 박혀 피가 나고 있었거든요. 용왕의 병을 고쳤다는 소식을 듣고 온갖 바다 동물들이 와서 할머니게에 줄을 섭니다. 그물에 걸린 물개가, 기름 때가 묻은 바다사자가, 비닐에 감긴 수달이, 부리에 면도기가 낀 갈매기가, 비닐 봉지에 감긴 해파리가 할머니 앞으로 모여듭니다. 급한 치료를 마친 할머니가 집에 가려고 하니 동물들은 할머니를 못 가게 막아서지요. 할머니는 육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해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도록 나를 보내 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동물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머니를 육지로 보내주지요. 육지로 돌아오신 할머니의 어망에는 플라스틱과 쓰레기가 한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손텀장인이라고 하지요.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를 들고다니는 사람을 일컷는 말입니다. 물티슈보다는 손수건을, 1회용 컵보다는 텀블러를, 시장에 갈 때는 꼭 장바구니를 챙겨서 물건을 담아오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인간상의 한 부류입니다. 저도 항상 실천하지는 못 하지만 매일 출근길에 텀블러는 꼭 챙깁니다. 좋아하는 인스턴트 커피를 털어넣은 텀블러 하나와 맑은 물을 담은 물병 두 개를 가방에 꼭 담아서 출근을 합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상자에 넣어 옵니다. 그 상자는 분리수거를 하지요. 간단한 물건은 봉지에 담지 않고 손에 들고 돌아옵니다.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요. 아직 용기내 음식을 사러 가 보진 않았지만 가끔 동네 시장에 갈 때는 용기 2~3개를 가지고 가 두부나 해산물을 통에 담아서 오기도 합니다. 조금은 쑥쓰럽고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말 그대로 용기내 용기를 내밀어 봅니다. 가끔은 할머니들이 젊은 아가씨가(실은 아줌마입니다만) 참 알뜰하기도 하다며 애기 전복 한 마리를 덤으로 넣어 주실 때도 있었습니다. 뭔가 작은 실천이지만 내가 지구를 조금 살린 것 같아 뿌듯해 지기도 합니다.


요며칠 끊이지 않고 내리는 비가 옛날에 보던 장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우리 나라도 온난화가 지속되어 열대 우림기후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오랜 비에 많은 집들이 잠기고 무너지고 사람들도 죽어가는 것을 보며 대자연이 보내는 신호가 두렵기도 합니다. 같은 직업을 지녀서 그런지 청주에서 돌아가신 초등교사분의 죽음이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결혼한 지 두달이지난 이 젊고도 아까운 선생님의 목숨이 너무 애닳습니다. 선생님 반 아이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어제 같이 공부한 우리 선생님이 이 빗속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니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가슴아픈 비보일까요. 두달 된 새댁은 또 얼마나 세상이 무너질까요. 어느 하나 아깝지 않은 목숨이 없습니다. 그 지하도로 안에서 떠나간 수많은 목숨들이 너무도 안타깝고 안스럽습니다. 왜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게 되었나 자연현상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그 이유를 우리는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흔 여섯 해를 살아온 저는 남은 삶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적게 남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세상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더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할 내 아이들과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떡해야 할까요. 그 아이들에게 남은 날의 여름이 항상 이런 슬픔의 연속이라면 너무도 속상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이 뒤따르는 여름이라면 매년 돌아오는 이 계절이 얼마나 야속하겠습니까. 지금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누구나 자기가 겪지 않으면 모를 일이긴 하지만요. 아주 작은 것 부터라도 저도 실천해 보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아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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