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3. 03
이름표만 덩그러니 남았다. 아이들은 오지 못 하고 민찬인 새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고 오늘 엄마가 없어서 일곱 번 눈물이 났다는 우리 아들. 그래도 장하고 기특해서 꼭 안아 주었다. 가슴팍에 묻은 점심때 먹은 반찬 자국이 자꾸만 엄마 손을 벗어난 어린 강아지 마냥 안쓰러워서. 이 녀석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외롭고 두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 이겨내고 있구나 싶었다. 가기 싫다고 안 간다고 하지 않아서 고맙고 감사하다. 엄마 아빠 없이 이제 할머니집, 이모집은 잘 가 있는 우리 딸들 이쁘기도 하지. 퇴근한다고 전화했는데 엄마 빨리 오세요 하는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돌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내 아기들 이렇게 많이 자랐네 싶었다. 이제는 이 길에서 발을 뺄 수 없으니 앞으로 수없이 많은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그 시작이라 그런가 맘이 많이 이상하다.
다음 날 아침.
즐겁게 등교했는데 유치원 도착해 들어서니 서영이 옷자락 잡고 놓지 않는다. 울기시작했고 엄마가 있다가 오겠다고 이마에 뽀뽀를 해 주고 선생님께 안겨드리고 돌아왔다. 그러고 돌아오는데 눈물이 핑 돈다. 화장실로 가서 울다가 눈물을 닦고 교실로 나섰다. 맘 놓고 울 시간도 없다.
이게 싫어서 그동안 민찬이 민서를 아빠에게 안겨 보낸 거 같다. 내가 이 기분, 이 느낌을 받는 게 너무 맘 아파서. 민찬이 다섯 살, 3일 가고 그만둔 어린이집 도전기 때 나 역시도 너무 많이 울었던지라 이 기분이 나에게도 트라우마인지 가슴이 저려서 꼬마들을 두고 돌아서는 시간이 참 힘들다.
민서는 잠시 눈물이 또르르 했으나 잘 지냈다 하고 서영이는 오전 내내 울었다더라. 급식 먹고 민서와 방과 후에서 만나자 기분이 좋아져서 언니만 따라다녔고 선생님이 분리를 좀 시키려 하니 내가 언니가 제일 좋아서 따라다니는 거예요~라고 선생님께 말도 잘했다고 한다. 데릴러 가니 울 줄 알았는데 기분이 좋아져서 오빠랑 셋이 놀이터로 향했다.
다행이다.
아침에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 강아지 기특하게 잘 견뎠고 든든한 우리 딸 민서. 네 덕분에 엄마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고맙기 그지없다. 긴장했던 이틀이 지나니 한 달쯤 지난 거 마냥 기력이 쇠했다. 찬이도 돌봄 안 한다고 그랬는데 내가 교실에 없는 시간에 갈 곳이 없어 딱 하나 남은 자리에 밀어 넣었다. 오늘은 잘 놀고 잘 지냈다며 환하게 웃는데 아휴~ 한 고비 넘긴 거 같고 이제야 좀 눈에 들어온다.
맘이 무겁고 힘들어서 이틀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이 주말이라 참 다행이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정말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지금도 다시 보니 눈물이 핑 돈다. 그날 아침의 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화장실에 가서 혼자 울다가 나오던 그 순간이 7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엄마에게 아이들을 두고 다시 일하는 순간은 아이들만큼이나 긴장되고 힘든 순간이었던 것 같다.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에 둘째와 셋째를 입학시키고 아들은 2학년에 전입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과 학교를 따로 두기에 내가 겪어야 하는 심리적인 어려움과 신체적인 어려움이 클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동선을 줄이고 싶었다. 찌질이 우리 아들 겨우 초등학교 1년 적응했는데 환경이 또 바뀌어서 어찌 지낼까 걱정스럽긴 했지만 지금 옮기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겪어야 하는 일이라 크게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다 걱정되었지만 내 코가 석자인지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5년 만에 복직하는 새 교실에 나도 중심을 잡고 첫날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당쾅쾅 우리 넷의 첫출발이 시작되었던 날.
다시 읽어봐도 코끝이 찡하다.
이 또한 내가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상에 많은 엄마들이 나보다 더 힘들고 걱정되는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떼어 놓고 일을 한다. 그래도 같이 옆에서 볼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감사한 마음으로 맘 놓고 내 일에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반면, 멀리서 아이들을 두고 일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내가 더 우리 반 친구들을 잘 챙겨줘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 믿고 학교 보내요! 이런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나의 감사함을 다른 이들에게 베풀 수 있도록 더 애써봐야지. 이 날이 벌써 7년 전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