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2017. 03. 09

by 반윤희

수업만 마치고 오면 기분 좋아서 아침에 울던 그 친구 맞나 싶을 정도로 잘 놀면서 오늘 아침 모닝콜처럼 6시 55분쯤


"나 유치원 안가~~~"를 외치며 눈뜨자마자 울고 결국 또 아침은 못 먹고. 그러고 집에 오는 길은 행복하고 즐거운 그 자체이면서. 오늘 아침은 심지어 차에 있겠다며 고집 피워서 살짝 놔두고 가보니 계속 거기 앉아 있다. 아휴, 괜히 해 보는 소리가 아니었네. 그래도 어쩌나 달랑 들어다가 선생님 손에 넘겨드렸지.


고마운 동생이 퇴근하고 힘들까 봐 집 앞에 만두를 두고 간단다. 요즘 나의 수도꼭지는 제어장치가 고장 나서 마치 우울증 환자처럼 건드리면 그냥 훅 터져버린다. 전화 걸면 터질까 봐 고맙다는 카톡만 남겼다. 집에 오는 길 아파트 길목에 들어서니 집 앞에 놓여있을 만두생각이 났는데 또 수도꼭지가 돌아가면서 눈물이 또 핑~


이렇게 연약했던 적이 없는데. 아니 있긴 있었지. 그래 생각해 보니 대학 편입하던 그때도 나는 자취방 구석에서 엄마 아빠가 그리워 울다 잠들곤 했었지. 그래. 항상 처음이 나도 힘든 사람이었어. 울 애들이 이런 건 다 나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만두는 동생 마음처럼 아직도 따뜻했고 맛은 정말 좋았고. 고맙고 감사했고 행복했다.


음식은 지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이제 만두 하면 이 사람이 떠오를 것 같다.

예전에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우리 학년의 업무는 다 해결해 주고 부족한 거 없이 채워주려 애쓰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학년의 일을 하나도 하지 않고 부장님께 퇴근인사하며 죄송합니다를 말 끝에 붙이기 바쁘고 그런 나에게도 뭐가 죄송하냐며 웃어주시는. 고마운 동학년 샘께 이리 빌붙어 사네. 그래... 잠시 기대고 기생해 갈 때도 있어야지. 그게 인생이니. 평생 이리 살지 않음 된다며 토닥토닥. 이제 수도꼭지 좀 조아보자.

기운 내서 나답게 나처럼 나의 모습 그대로 살아보자꾸나. 조금씩 나로 돌아가고 있다. 오늘 잠자리 독서 다시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 찾아가 보자꾸나. 그나저나 퇴근 던에 도서관서 책 여섯 권 에코백에 담아 어디 뒀는지 분명 들고 왔는데. 학교 복도 어딘가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가방을 생각하니 이놈의 정신머리... 진짜 몹쓸 지경이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힘들 땐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땐 감사함을 잊지 말자. 그때 힘이 되어주셨던 고마운 부장님께 메시지를 드렸다.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일기장을 보고 감사함이 다시 상기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저 만두는 과연 누가 줬을까! 생각나는 동생이 두 명 있는데 아~ 정말이지 정확하게 누구인지 특정 지을 수가 없다. 저렇게 고마웠으면 기억을 해야지. 헷갈리는 건 뭐냐고. 고마운 사람이 둘이나 된다는 것이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다시 쉬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잘 이겨낸 지금의 내가 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누군지 생각이 안 난다는 이 대목에서 나의 늙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같은 씁쓸함.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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