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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Nov 23. 2023

내 아기, 아프지 마

2019. 09. 04.

한동안 별 일이 없어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냥 이리저리 바빴다. 학기 초 해 내야 할 일들도 많았고 바쁘게 출퇴근하고 밥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그냥 바쁘게 지나간 듯하다. 그 속에서 딸은 눈병이 심하게 오고 더불어 후두염까지 심하게 와서 고열과 사투에 학교도 못 가고 있고. 다행히 아빠가 있지만 아빠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 둘이 낮에는 방치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하기에 바쁘단 핑계로.

 

퇴근하고 오니 잠든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눈병 때문이겠지만 지켜보는 엄마는 우는 것 같아 맘이 또 아프다. 괜스레 눈물이 핑 돈다. 차라리 내가 있는 지금 아프고 지나가는 게 낫다지만 이왕이믄 안 아프면 더 좋을 텐데. 비상용으로 받은 해열제 한 통을 다 먹었다. 열이 밤에도 올랐다 내렸다 해서 새벽에 자꾸 일어나다 보니 새벽 두 시. 잠이 안 와서 사다 놓은 깨를 볶았다. 옛날 할머니들이 잠 안 자고 돌아다니시는 거 마냥.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춥다고 그러는 거 보니 또 열이 오르려나. 잠이 오지 않는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있다. 내 가장 가까운 이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일인지라 내 마음을 나도 어쩌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도 아니면서 고민에 고민은 꼬리를 문다.


잠도 오지 않는 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남편과 신장이식 검사를 하고 유전자가 맞을 확률은 0%이라 유전자는 포기하고라도 우리는 혈액형이 잘 맞아 문제없이 이식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은 두렵지 않았는데 엄마란 자리를 잠시 비우는 것이 더 걱정스러웠다. 엎진 데 덮친 격으로 평소 잘 안 아프던 둘째가 고열이 나기 시작했고 나보다 빨리 병가에 들어간 남편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결국엔 열이 내리지 않아 입원치료를 해야 했고 곧 집을 떠나야 하는 나는 걱정이 너무 앞섰다. 그래도 내가 아직 집에 있을 때 아파서 조금은 걱정이 덜했지만 아이가 아픈 건 엄마가 더 견디기 힘든 괴로움이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아내는 강하지만 엄마는 더 강해야 한다. 그 두 개를 다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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