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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Nov 23. 2023

잠시만 안녕

2019. 09. 04.

9월 3일 일기 


마지막 출근


정해진 시간은 잘도 가고 약속처럼 그 날은 다가온다. 안오기를 바란 건 아니지만 이렇게 불쑥 끝이다 마지막이다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하기 그지없다. 오늘 도서관 할머니들께 추석선물로 산 참치를 드렸다. 때마침 기간제 선생님이 계시던 터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불쑥 눈물부터 터져버렸다. 늙으면 눈물만 많아진다더니 내가 딱 그모양이다.


할머니들이 꼬기꼬깃 말은 돈을 주신다. 얼마인지도 모를 만원자리를 손에 꼭 쥐시고는 내 주머니를 찾으신다. 마음만 받겠다고 다시 돌려드리니 아쉽다시며 돌아서신다. 정말 마음이 감사하다. 부장님께서 포도도 주시고 민서샘은 숙성 액기스들을 잔뜩 싸주시며 음식 해 먹을때 쓰라고 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오늘. 


내일 아이들에게 학부모님께 뭐라고 말을 할까...


제일 걱정스럽다.


아이들을 보면 울까봐.


맘을 어찌 다잡을까 싶다.


9월 4일 일기


지난 수요일.


아이들한테 이야기하면 눈물이 날까 봐 맞춰간 송편 나눠먹으며 지난번 보다가 남겨둔 라이언킹을 마무리하고 가방 메고 일기장에 남겨준 편지를 읽어보라 했더니 선생님이 왜 이런 글을 써놨나? 말똥 말똥 보는 거를.


선생님 이제 안 온다 하니 

왜요? 왜 안 와요?


이리저리 이야기하고 얼른 인사하고 보내는데 엉엉 우는 어린것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아서 뒤돌아서 가라고 가라고 쫓아보내 버렸다. 걸려오는 전화들도 받지 못했고 아이가 울면서 전화가 와서 왜 그런가 연락 오신 부모님들 전화까지 펑펑 울고 싶은 맘을 다잡느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혼자 널뛰기하는 하루였다. 


아쉽다.


내 일을 이렇게 또 접는 게 너무 아쉽긴 하지만 이미 가기로 한 길을 다시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지금 내가 가야만 하는 길이 있다. 보고 싶을 거야.


잠시만 잠시만 안녕하자.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아이들하고 마음이 잘 맞을 땐 짧은 이별도 너무 슬프고 아쉽다. 9월 19일 수술날을 앞두고 병휴직을 하던 날. 아이들에게 깊이 이야기는 못 하고 종례 하는 순간 이별을 나눴다. 왜 잠시 헤어져야 하는가는 아이들 일기검사 할 때 메모로 간단히 남기고 이유는 묻지 말고 두 달 뒤에 만나자고 했다. 슬퍼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고 걱정해 주시는 학부모님들도 있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해였다.  물론 두 달 뒤에 다시 돌아갔을 때 너무나 반갑게 맞아준 아이들 덕분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함께할 수 있었지만 이 날 하루는 참 헤어지기 아쉬웠던 날이었었다. 


다시 또 선택의 순간이 오면 이런 이별을 또 경험해야 하겠지만 되도록 빨리 돌아오지 않기를. 

이별아, 오래오래오래 안녕하고 가능하면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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