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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Jan 27. 2024

엄마

2021. 12. 26.

어제 모임을 하는데 이웃 선생님께서 자녀분이 이번 주말에 임용시험을 친다고 아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해서 안타깝다고 말씀을 하셨다.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은 것을 선물해 드리고 싶은 분인데 하필 어제 알아가지고.

여기저기 다 둘러봐도 겨우 파리바게뜨에 초콜릿 하나 남았고 수능시험 끝나니 응원용 음식들은 하나도 남지 않았더랬다. 그래도 뭐라도 드리고 싶어서 초콜릿을 하나 사고 집에 사 둔 레모나를 하나 넣고 아침에 살짝 두고 나와 문자를 보내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답장을 주셨는데 나는 저 답장을 읽고 나니 눈물이 핑 돈다. 눈물이 돌아서 그냥 일어나서 여기저기 괜히 돌아다녔다.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도 내가 사대 임용칠 때 겨우 경남 티오 5명을 어쩌지 못해 경기도까지 갔을 때 얼마나 내 걱정을 하셨을까 생각하니. 거기 가면 붙을 거라고 생각도 안 하셨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하시고 하루 종일을, 아니 시험 치기 며칠 전부터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생각하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경기도까지 갔던 시험은 떨어지고 바로 교대 편입시험을 봤다. 합격하고 수강신청 하러 갔던 날 낯설고 힘든 구시대적 수강신청에 몸도 마음도 지친 나는 돌아와 엄마에게 교대 안 간다고 가기 싫다고 재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보고 우리 엄마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그것도 모르고 나 힘들고 짜증 나는 것만 엄마한테 화풀이하던 못난 나를 오늘 아침에 보았기 때문에.


 행여라도 자식이 힘들까 속상할까 마음 아플까 멀리서 조마조마 마음만 졸이셨을 그 마음을 오늘 선생님 문자를 보고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디 지가 잘나 선생이 되었을까. 뒤에서 고생하는 부모 생각은 안 하고.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 너무 미안한 게 많아서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부모가 되어 보기 전에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것은 반에반도 그 반도 되지 않았다. 이제는 부모의 마음을 알아서 보답을 하고 싶어도 이제 부모님은 없다. 내가 내 자식에게 해 주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내 어머니가 해 주셨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뒤늦게 자식은 철이 든다. 


큰 시험이 있을 때마다 엄마는 절에서 얻은 팥주머니, 부족주머니, 오색끈을 항상 주머니에 넣어주셨다. 그리고 하루 종일 절에 가셔 기도를 하셨다. 그 기도에 부응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결과는 부처님이 정해주신 것이 아니다. 하루 도시락을 몇 개씩 싸주시고 새벽부터 일어나 따뜻한 새 밥 지어 먹이며 열심히 공부하고 오라고 교복 블라우스 다려주시던. 어머니의 정성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신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엄마 살아계실 때 알았으면 후회 없이 그 고마움을 다 갚아드렸을 텐데. 


내 생에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엄마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것. 잡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것. 

꿈에서 조차 만나 지지 않는.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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