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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Jan 27. 2024

내가 다시

2021. 11. 18.

요 며칠 힘든 일들이 겹쳐서 와서 즐거움도 고통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실감하고 있었는데. 즐거움 뒤에 괴로움이 늘 뒤따르고 있어서 좋아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괴로워도 너무 괴로워 말라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어젯밤 가라앉지 않는 두통에 안절부절못하다가 하필 사놓은 진통제도 떨어져서 예전 투약받은 약들 속에 든 진통제를 찾아 먹고 나니 조금은 편안한 아침을 맞았다.


어디 너만 편하려고 하느냐 호통치며, 너도 아파야 하지 않겠냐 하고 벌 받은 거 같아서, 참아내야지 하고 밤을 보낸 거 같다. 그래도 땅속까지 기분이 꺼지지 말라고 찌질이 우리 아들 인생에 운동으로 이런 거 거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래, 크면서 자라는 것을 그때는 그렇게도 고민하고 힘들어했을까.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학예회 때 꼼짝 안 한다고 울지 않고, 어린이집 못 가고 돌아왔을 때도 울지 않고, 친구들 사이에 못 들어가서 혼자 있을 때도 마음 아파하지 않고, 아이를 안아주며 그때보다 더 맘 편히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시 키우기는...... 싫구먼.


그 고생을 다시 하고 싶진 않으니 오늘에 만족하고 아이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키워야지.


잘 자라줘서 고맙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저 때 뭐가 그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었을까? 지나간 힘든 일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는 죽을 것 같이 아프고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니 까맣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은 오래 남는다. 아이들 키우면서 남들 앞에 나서지 못해서 그렇게 내 잘못이다 자책하며 힘들었는데. 그런 녀석이 잘 자라서 저렇게 대회도 나가고 상도 타고 돌아온 저 날의 기쁨과 감격은 아직도 내 마음에 기억에 남아있다.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이라고 정한 것도 이 날의 일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며 지내온 긴 시간 동안 아프고 힘들고 고생스럽다고 생각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지, 그때가 되면 오롯이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겠지만 그래도 현생에서 나의 깨달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일 거다. 


내가 다시 태어나 지금의 이 시간을 기억 못 하더라도 저기 어디 찌그러져 있는 이 책의 꼬투리라도 보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은 힘들고 조금은 가볍게 아이들을 키울 있기 바란다. 이름 없는 어떤 시골의 아이 셋 엄마의 별거 아닌 이 기록이 육아에 지친 어느 엄마에게 닿아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어서 오늘도 나는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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