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 그냥 로맨스 영화

로맨스를 위한 소재 (본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y 덴유

뒤늦은 뒷북으로 청설의 리뷰를 올려본다.

청설은 로맨스 영화로써 좋았다. 둘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한 소재, 갈등상황, 상호 성장과 갈등의 봉합까지(또 사소한 오해의 해결까지) 로맨스 영화의 플롯에서 벗어나지 않은 설렘을 가득 담아주는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를 본격적으로 리뷰하기 전에 연기자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을 부분들이 배우들의 담백하고 청순함으로 대체되어 무엇하나 어색하지 않았다. 만약 이 영화를 다시 봐야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용준은 철학과를 졸업한 백수다.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도시락가게의 배달을 맡는다. 그러던 중 하루는 수영장으로 도시락배달을 간다. 수영장에서는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용준은 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은 자신의 동생 가을을 서포트하는 존재다. 가을이 수영선수의 길을 걷고 있어서, 여름의 꿈은 자연스럽게 가을이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되었다. 용준은 가을을 서포트하는 여름을 서포트한다. 용준은 여름, 가을과 수어로 소통하며 친분을 쌓아나간다. 용준은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여름을 돕지만 여름은 용준의 무조건적인 도움은 거절하며 항상 돌려주길 원한다. 주는 사랑을 하는 사람과 받기만 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는 사람, 주는 사람은 조금 속상할 수 있겠으나 어찌보면 상호 존중하는 좋은 '친구'관계다.


여름은 용준에게 어떤 소리를 가장 듣고 싶은지 묻는다. 용준은 '네 목소리'라고 문자를 적지만 차마 보낼 수 없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그것은 꽤나 실례되는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존중하며 친구보다는 가까운 하지만 연인보다는 먼 '친구'관계를 유지한다. 가을은 이런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 둘의 관계를 서포트한다. 능글맞게 그리고 조금은 의도적으로 둘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둘의 관계는 더 깊어질 수 있었다.


항상 행운 뒤에 불행이 오는 법이다. 여름과 가을이 사는 건물에 불이나고 가을은 연기를 잔뜩 마신다. 수영선수의 폐활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가을은 괜찮다고 언니를 달래지만 오히려 여름은 패닉에 빠진다. 마치 자신이 용준에게 신경을 쓰면서 가을에게 소홀해졌다고 생각한다. 여름은 용준에게 '동생도 벅찬데 너까지 신경쓰는게 너무 힘들다'며 걱정하는 용준을 뒤로 하고 떠난다. 여름에게 용준과의 만남이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었다는 것은 영화 곳곳에서 보여진다. 반대로 가을은 여름에게 '언니의 관심이 너무 숨막히고 부담스럽다' '언니는 언니의 인생이 없어?' 라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용준은 여름을 이해하기 위해 귀마개를 꼽고 길거리를 걷는다. 여름은 가을을 이해하기 위해 수영장의 물속으로 들어간다.


용준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수영장으로 돌린다. 그곳에서 여름이 물속에 있는 것을 보고 뒤에서 읊조린다. 자신이 정말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자신의 이해가 부족했음을 이야기한다. 여름이 뒤를 돌아보고 용준은 수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나 너를 좋아해'


둘은 연인이 되고 용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이미 여름이 청각장애가 있다고 알고 있는 용준의 부모님은 필담을 위해 스케치북에 몇가지 말들을 적어왔다. 요약하자면 '우리 아들이 부족한데 만나도 괜찮겠어요?' 다. 여름은 이에 대해 "네" 라고 대답한다. 그녀가 말을 하자 용준의 가족은 깜짝 놀란다. 이제까지 농인인줄 알았던 사람이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했기 때문이다.(물론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인고의 노력을 통해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녀는 청각장애가족중에서 유일한 청인인 CODA였다. 용준이 처음부터 수어로 말을 걸어왔기에 그녀도 용준이 당연히 청각장애인인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둘이 서로 꿈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로맨스 영화로는 별점 3.5개이지만, 청각장애인의 로맨스 영화로 봤을 때는 1.5다. 먼저 수어라는 특성을 너무 잘 살려서 배경의 소리, 손이 옷자락을 스치는 소리, 첨벙이는 물소리와 같은 배경의 소리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따스한 여름과 같은 영상의 색감과 함께 푸르른 초록의 영상미는 배경과 함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소위 말하는 낭만이 있다. 20대의 현실적인 옷차림, 20대가 가지는 고민까지도 현실적으로 잘 담아냈다. 사랑을 통해 또 사건과 작은 오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아쉬운 점은 결국 이들의 사랑이 '정상인의 사랑'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 영화는 청각장애라는 소재를 제외하고 상영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애초에 용준에게 청각장애는 사랑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기에 의미없는 소재인 셈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사랑 -> 사건 -> 성장 -> 장애가 삭제된 채 온전한 사랑 이라는 점은 감독 스스로가 정상인, 사랑의 범주를 만들어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처럼 보인다. 마치 온전한 사랑은 귀가 들려야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흐름이 매우 좋았다. 중간 중간 여름이 청각장애인이라고 착각할 수 있게끔 여름의 핸드폰을 항상 진동모드로 해두고, 한번의 대사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특히 좋았다. 여름의 착각을 알고 나면 '너가 가장 듣고싶은 소리는 뭐야?'라는 문자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용준의 지고지순한 순애도 너무 낭만적이다. 용준에게 사랑의 다른 말은 분명 헌신이다.


하지만 우리 '정상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귀가 들려야 정말 정상적인 사랑일까? 영화 내내 수어가 주는 간질거림과 직관성을 보여주다가 다시 입의 언어로 회귀하는 모습은 그 전의 씬들의 낭만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하나의 결함이지만 너무 큰 결함이었다. 용준은 이미 있는 그대로 여름을 사랑하고 있었다. 여름이 청각장애인이든 정상인이든 그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을 '정상인'으로 되돌리는 것은 용준이 가지는 사랑의 크기를 깎아먹는 반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용준의 시선에서 여름은 이미 아름다웠고, 사랑은 이미 완성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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