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하이성(青海省) 시닝(西宁)을 가다
자위관(嘉峪关)에서 3시간 40분쯤 고속철을 타고 해발 2261m의 고원도시, 시닝에 도착했다. 황톳빛 간쑤성에서 초록빛 노랑빛 칭하이성으로 넘어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며 구름이 점점 낮아졌다. (시닝에서 먹을) 양(고기), 소(고기)들이 어지럽게 난 개울물을 마시며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시내 거리에는 청자켓, 경량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시 전체에 에어컨을 켜 놓은 듯 시원하고 상쾌하다. 와, 이제 좀 살겠다! 하루 종일 마냥 걷고 싶은 날씨다.
시닝의 볼거리라면 단연 칭하이호와 차카염호다.
코로나시절, 나는 두 곳을 모두 다녀왔지만 S는 처음이니 갈 거냐고 물어본다. 가겠다고 하면 시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현지 여행사의 '오전 칭하이호+오후 차카염호' 1일 패키지를 예약해야 한다. 호텔 조식과 늦잠을 포기하고 새벽 6시까지 집결지에 도착해야 하며, 흡연을 즐기고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낯선 중국인 30여 명과 하루 종일 부대낄 각오도 해야 한다. 초성수기 관광지의 각종 추가요금과 어마어마한 인파도 만나게 된다.
"차카염호는 소금 호수야. 물고기도 새도 나무도 없어. 생명이 살 수가 없는 거지. 근데 진짜 아름답고 몽환적이야. 다들 이거 보려고 멀리 시닝까지 오는 거야."
"염전은 어릴 때 많이 봤어. 안 가도 되겠어."
(실제로 S의 시골집은 바닷가 근처다.)
"하긴, 너무 멀고 비싸고 사람도 무지하게 많아서 고생스럽긴 하지. 그냥 시내에서만 노는 것도 괜찮아. 뭔사 뭔사 특이한 절들이 많으니까. 근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시닝에 평생 다시 올 일 없을 텐데..."
괜히 내가 아쉬워 자꾸 다시 물어본다.
"괜찮아. 소금 맨날 먹잖아. 난 그냥 우리끼리 편하게 다니는 게 좋아."
"어? 거기서 소금도 파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나라면 한번 온 게 아까워 무리해서라도 다녀왔을 텐데 역시나 S는 욕심이 없다. 늘 더 가지는 것보다는 더 행복해지는 선택을 한다.
7월부터 시작한 우리의 야매 '중국 환서북부 기차여행'. 손에 쥐었던 모래처럼 시간은 어느새 스르르 다 빠져나가고 우리의 여행도 이제 마지막 한 도시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쉽기도 하지만 살짝, 우리 집 안방이 그립기도 하다.
호텔 세탁실에 나란히 앉아 건조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S가 말했다.
"난 너랑 한 팀인 게 좋아. 다시 선택하더라도 난 너를 팀원으로 선택할 거야."
"진짜? 대단한 칭찬인데!
내가 어릴 때부터 워낙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아서 나랑 한 팀 되고 싶어 하는 사람 별로 없었거든. 자기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야? 고마워!"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다가 문득 내가 말했다.
"나도 자기랑 한 팀 되기를 선택할 거야. 자기는 쓸데없는 말이 없어서 내 생각을 방해하지 않아. 또 욕심이 없어서 좋은 건 다 나한테 양보해주잖아. 무엇보다 자기는 선량하고 믿음직해. 자기랑 다니면 늘 든든하고 맘 편해. "
시닝 필수관광지에는 가지 않았지만 우리는 시원한 시내를 천천히 걸어 칭하이성박물관, 시닝식물원, 현지 시장들을 다녀왔다. 뭔사 뭔사, 다민족문화가 융합된 여러 절들도 방문했다. 다양하고 저렴한 현지 먹거리도 맛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여행 중 나는 중국현지 커뮤니케이션과 여행경비, 각종 예약, 교통편 연결을 맡는다. S는 여권 관리와 짐운반, 생수병 오픈, 호텔방문잠금장치 확인, 체크아웃 시 최종 점검을 맡는다. 또 나는 사진 촬영, 문화와 오락(호텔 침대에 누워 중드를 본다) 담당이고 S는 사진모델, 안전과 규율(내가 무심코 길가의 똥을 밟지 않도록 살피고 현지 공유 전동차를 못 타게 말린다) 담당이다.
우리는 호텔 침대에서도 안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먼저 잠든 상대의 이불을 덮어주거나 점점 못생겨져 가는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 준다. 25년간의 '모난' 세월을 함께 버텨온 우리는 이제 꽤 잘 맞는다. 나도 우리 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