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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공 Jan 13. 2024

무슨 일 하세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해외여행에 가거나 공공기관에 인적사항을 제출할 때, 명절에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들 앞에서 등등... 살면서 직업을 묻고 답할 일은 꽤나 자주 발생한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을지, 어떤 주제를 이야깃거리로 삼을지를 빠르게 유추하기 좋은 고효율(?) 인적사항이 바로 직업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그동안 나의 직업을 소개한 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나는 지금까지 두 개의 회사에서 총 9년 간 일을 했으며 두 군데 모두 큰 큐모의 카페였다.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는데, 어떤 때는 파티시에였고 어떤 때는 바리스타였으며 어떤 때는 카페 매니저였고 또 어떤 때는 서점 관리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카페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그보다 적합한 표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럼 바리스타인가요?' 하고 되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당시에 하고 있는 실질적인 업무가 그와는 거리가 멀더라도 설명하기 복잡해서 그냥 그렇다고 답했다.


그간 직업이란 '남들에게 설명하기 참 애매한 것'이었는데, 퇴사를 한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달 전 사회조사를 하고 있다며 한 구청 직원이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몇 가지 정보를 묻고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순간 무직이라고 답할지 학생이라고 답할지 고민되었다. 전업 학생이라기엔 다니고 있는 학교가 원격 대학인 데다가 머지않아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쨌든 학교생활을 하고 있으니 무직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짧게 고민하다 결국 학생이라고 답했다. 학교명도 묻길래 방송통신대학이라고 말하니 구청 직원 분이 본인도 방통대 출신이라며 반가워했다. 설문조사 사은품으로 접이식 우산까지 받으며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는데, 직업을 묻고 답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직업을 말해야 하는 순간에 늘 조금씩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직업을 알게 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로 활용하게 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개성을 나타내기에는 너무 빈약한 정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MBTI 하나로 나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MBTI 맹신자를 바라보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나도 누군가를 파악할 때 자연스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물론 본인의 직업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인을 몇 가지 특성만으로 평가당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단순히 '직업'과 같은 특성으로 그 사람을 재단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분야나 취향, 가치관 같은 것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려 한다.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사람은 본인 자신은 남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복합적이며 양면적인 존재라고 여기지만 타인 또한 복합적인 면모를 가진 존재라는 것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상대방 또한 나처럼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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