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들어
매년 말이면 새로운 한 해를 달력과 함께 준비한다.
그동안 달력은 특별히 사지 않아도 매년 생기곤 했었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회사에서 달력을 자체 제작하기도 했고, 은행에 가면 서로 자기네 은행 홍보 달력 주겠다고 챙겨줘서 종류별로 받아왔었다.
달력 부자(?) 마냥 방방마다 은행별로 걸어 놓고, 식탁과 책상에 늘 놓아두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달력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11월 중순에 주거래 은행에서 달력을 얻으려고 했지만..
돈도 많지 않으니 달력도 안 챙겨주는구나 하며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엔 거래하지 않은 은행도 ‘달력 하나 주세요’ 하면 흔쾌히 내주곤 했는데 남은 달력이 하나도 없단다.
내가 늦게 간 건가? 아니면 경기가 어려워 달력을 소량만 제작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주기 싫어서...?
큰 욕심은 없고 달력 딱 두 개만 있었으면 싶었다.
거실에 하나, 책상에 놓을 탁상용 하나.
거지처럼 달력을 구걸하러 이 은행, 저 은행 돌아다니며 거절당하다가 마침 오늘부터 배부하는 은행이 있어 운 좋게 받아왔다.
아싸, 감사합니다.
그간 당연하다 생각하며 공짜로 받았던 달력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새해의 달력을 받아오면 새로운 한 해가 다 내 것이 된 것 같은 든든한 기분이 든다.
회사 다닐 때 달력을 받으면 공휴일이 얼마나 되나 젤 먼저 확인해 봤지만, 프리가 된 후엔 가족과 친구들의 생일을 찾아본다.
작년의 달력을 다시 맨 앞으로 넘겨서 똑같이 새로운 달력에 표시를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챙기고 기억하는 일.
내년에도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