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독해
아파트 10층 넘는 층에 살고 있지만 모기는 그곳에도 있다.
아마도 사람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릴 것이다.
또한 방충망에 붙어 있다가 살짝 방충망을 열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쑥 들어오기도 할 것이다.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도 지났지만, 매년 그렇듯 여름 모기보다 가을 모기가 더 기승이다.
여름의 폭염과 장마에 모기들이 뒤늦게 발동이 걸린다.
그래서 자기 전엔 꼭 모기장을 치고 잔다.
붕어빵엔 붕어가, 곰탕엔 곰이, 고시원엔 고시생이 없듯이 모기장 안에는 모기가 없어야 된다.
사람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이다.
모기는 촘촘한 망사를 뚫고 들어올 수 없다.
어릴 땐 뇌염모기 예방주사를 맞았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그냥 모기에 물리는 걸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모기장이 유용하다.
아침에 동생이 비명을 질렀다.
팔이며 다리 여기저기에 모기가 피를 빤 흔적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모기장 안으로 들어온 모기는 동생의 피를 배부르게 빨고 모기장에 그대로 붙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모기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씩씩거리며 동생은 전기 모기채를 갖다 댔다.
‘따닥’ 소리를 내며 모기는 떨어졌지만 배가 터지도록 먹어버린 동생의 피는 도로 집어넣을 수도 없었다.
화가 난 동생은 떨어진 모기를 휴지로 꾹 눌러 한번 더 확인 사살을 했다.
마지막에 피를 잔뜩 빨고 배불리 행복하게 죽어갔을 모기가 어쩐지 짠하기도 하고,
두드러기처럼 빨갛게 부풀어 오른 팔다리를 벅벅 긁고 있는 동생이 웃기기도 했다.
동생아,
모기 물린 데는 손톱으로 십자 모양을 내야 안 간지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