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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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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Aug 23. 2021

작은 새

지못미

저녁을 먹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요란스러운 새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 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아직 날갯짓이 서툰 녀석인 듯했다.




구해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를 섣불리 사람이 줍거나 데리고 오는 등 

사람 손을 타서는 안된 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또한 주변에서 어미새가 보고 있을 수 있으므로 사람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과연 주위에 부모로 보이는 한 쌍의 새가 울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 녀석은 둥지에서 떨어진 게 아니고 엄마, 아빠 새와 함께 비행 연습을 하다 떨어진 것 같았다.

주위로 차가 지나다니고 있어 떨어진 새끼가 깔려 죽을 것 같아 가까이 다가갔더니 부모 새가 더 큰 소리로 

삑삑 울어댔다.

다행히 아기새는 버둥거리며 잰걸음으로 길 한 구석에 몸을 피했다.




내가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의 부모에게 스트레스만 줄 것 같아 그만 자리를 피했다.     


집에 와서 계속 생각했다.

녀석은 무사할까?

엄마 아빠 새랑 잘 날아갔을까?

아니면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닐까?

어두워진 밖을 바라보며 걱정만 했고 이내 잊어버렸다.     






다음 날. 

도서관에 가려고 나왔다가 어제 그 아기 새가 생각나서 그곳을 다시 가봤더니

부모 새는 온 데 간데없고 아기 새의 사체만 길 한가운데 있었다.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때 부모 새들이 보고 있더라도 구해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

상자에라도 넣어줄 걸 그랬나? 

죽은 그 녀석을 지금이라도 땅에다 묻어줄까?

으.. 그런데 압사된 사채를 어떻게 보고 만지냐고..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 난 아직도 소심한 겁쟁이일 뿐이다.



도서관에서 찾아본 그 새의 이름은 직박구리였다.




깔려 죽지 않았다면 번듯이 잘 자랐을 녀석을 생각하며 그려보았다.

하늘나라에서는 마음껏 날아다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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