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연과 나

매미의 일생

7년을 땅 속에서 7일을 세상 밖에서

by 정담은그림

주말이면 엄마 집에 온다.

엄마 집은 에어컨이 있어 시원하다.

하지만 우리들과 있을 때나 에어컨을 켜시지 둘만 계실 때는 선풍기로 더위를 견디신다는 걸 알고 있다.

엄마 집에 오면 나는 거실에서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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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뭔가의 시선이 느껴져 일어났는데 베란다 창에서 나를 빼꼼히 쳐다보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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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였다.

울지 않는 매미.

녀석은 암놈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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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우리 집 거실 방충망에 종종 매미가 붙어 울어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미의 일생.

7년을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껍데기를 벗고 비로소 매미의 모습이 되어, 짝을 찾아
맴맴맴 울다가 7일 만에 죽는다.

땅속 7년간의 인내 후 매미에게 주어진 삶의 길이는 너무나도 짧다.

더군다나 짧은 그 삶도 순탄치만은 않다.

웬만한 곤충보다 덩치가 큰 매미는 맴맴맴 울다가 휙 날아갈 때 새들의 눈에 쉽게 띄어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또한 이곳저곳에 쳐진 거미줄 때문에 그 큰 덩치가 날다가 걸려 꼼짝 못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방충망에 붙어 울고 있으면 시끄러워도 쫓아버리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우는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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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붙어있던 매미는 울지 않고 그냥 붙어있기만 했다.

밤이었기 때문에 시끄럽게 울어대지 않는 예의 바른 매미였을까?

어쩜 그냥 쉬러 온 매미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문을 살짝 닫아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조용히 있다가 드디어 아침이 되니 조용히 울어댄다.

맴맴맴..

매미 알람 소리 참 좋네..

그런데 그렇게 몇 번 울더니 휙 날아가 버렸다.

아니, 그렇게 작게 울면 다른 매미가 알아듣겠니?

열심히 울어야지. 그래야 7일 안에 짝을 찾지 이 녀석아.

간절함이 없어 보이는 매미 울음소리에 내가 더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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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궁금했다. 매미 우는 소리는 암컷과 수컷이 우는 소리가 다른 것일까.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매미는 수컷만 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암컷은 울지도 못하고 수컷 매미 우는 소리를 매번 찾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어쩐지 방충망에 붙어 신나게 울어대던 매미가 포로로 날아간 뒤 또 다른 매미가 날아와 붙어있었는데 울지 않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니들 타이밍을 놓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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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맴..

씨엘쌔엘쌔엘..

여름은 여름이구나 싶게 요즘 매미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방충망에 붙어 우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나무에 앉아 우는 매미는 잘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길가에 나무나 풀 주변에 심심치 않게 매미의 허물 껍데기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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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곧 땅에 떨어진 매미의 사체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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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13.jpg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작은 매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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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뒤집어 까고 죽은 매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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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16.jpg 벚나무 잎으로 살짝 덮어주었다.


매미17.jpg 거미줄에 걸린 매미



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 허물을 벗고, 세상에서 7일을 보낸 매미의 흔적이다.

7일을 꽉 채우고 죽은 건지, 제 짝은 만나고 죽은 건지 궁금하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짧은 매생(매미의 일생).






작가 숀 텐이 그린 <매미>라는 그림책에서 마지막 장에 매미가 날아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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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야.

어디로 가든 너의 남은 생애 후회 없이 열심히 울다가 가거라.

꼭 네 짝도 찾고..

짧지만 매미다운(?) 아름다운 여행이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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