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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Aug 16. 2021

매미의 일생

7년을 땅 속에서 7일을 세상 밖에서

주말이면 엄마 집에 온다.

엄마 집은 에어컨이 있어 시원하다. 

하지만 우리들과 있을 때나 에어컨을 켜시지 둘만 계실 때는 선풍기로 더위를 견디신다는 걸 알고 있다.

엄마 집에 오면 나는 거실에서 잔다.



아침에 뭔가의 시선이 느껴져 일어났는데 베란다 창에서 나를 빼꼼히 쳐다보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매미였다.

울지 않는 매미.

녀석은 암놈이었나 보다.










매년 여름이면 우리 집 거실 방충망에 종종 매미가 붙어 울어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미의 일생.

7년을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껍데기를 벗고 비로소 매미의 모습이 되어, 짝을 찾아
맴맴맴 울다가 7일 만에 죽는다. 

땅속 7년간의 인내 후 매미에게 주어진 삶의 길이는 너무나도 짧다.

더군다나 짧은 그 삶도 순탄치만은 않다.

웬만한 곤충보다 덩치가 큰 매미는 맴맴맴 울다가 휙 날아갈 때 새들의 눈에 쉽게 띄어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또한 이곳저곳에 쳐진 거미줄 때문에 그 큰 덩치가 날다가 걸려 꼼짝 못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방충망에 붙어 울고 있으면 시끄러워도 쫓아버리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우는 매미






작년에 붙어있던 매미는 울지 않고 그냥 붙어있기만 했다.

밤이었기 때문에 시끄럽게 울어대지 않는 예의 바른 매미였을까?

어쩜 그냥 쉬러 온 매미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문을 살짝 닫아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조용히 있다가 드디어 아침이 되니 조용히 울어댄다.

맴맴맴..

매미 알람 소리 참 좋네..

그런데 그렇게 몇 번 울더니 휙 날아가 버렸다. 

아니, 그렇게 작게 울면 다른 매미가 알아듣겠니?

열심히 울어야지. 그래야 7일 안에 짝을 찾지 이 녀석아.

간절함이 없어 보이는 매미 울음소리에 내가 더 안타까웠다.


그런데 궁금했다. 매미 우는 소리는 암컷과 수컷이 우는 소리가 다른 것일까.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매미는 수컷만 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암컷은 울지도 못하고 수컷 매미 우는 소리를 매번 찾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어쩐지 방충망에 붙어 신나게 울어대던 매미가 포로로 날아간 뒤 또 다른 매미가 날아와 붙어있었는데 울지 않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니들 타이밍을 놓쳤구나.






맴맴맴..

씨엘쌔엘쌔엘..

여름은 여름이구나 싶게 요즘 매미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방충망에 붙어 우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나무에 앉아 우는 매미는 잘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길가에 나무나 풀 주변에 심심치 않게 매미의 허물 껍데기를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곧 땅에 떨어진 매미의 사체도 보게 될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작은 매미도 있다.




배를 뒤집어 까고 죽은 매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벚나무 잎으로 살짝 덮어주었다.


거미줄에 걸린 매미



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 허물을 벗고, 세상에서 7일을 보낸 매미의 흔적이다.

7일을 꽉 채우고 죽은 건지, 제 짝은 만나고 죽은 건지 궁금하다.

한 여름밤의 꿈처럼 짧은 매생(매미의 일생).






작가 숀 텐이 그린 <매미>라는 그림책에서 마지막 장에 매미가 날아갔던 것처럼


매미야.

어디로 가든 너의 남은 생애 후회 없이 열심히 울다가 가거라.

꼭 네 짝도 찾고..

짧지만 매미다운(?) 아름다운 여행이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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