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담은그림 Nov 22. 2021

홍시

엄마가 좋아한 열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라고 '테쓰형'을 부르던 나훈아는 노래했다.

나도 시장에 홍시가 나오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엄마는 홍시를 좋아하신다.

나를 낳으실 때 태몽으로 아주 커다란 감을 치마폭에 싸 오셨다는데.

꿈이지만 얼마나 좋으셨을까.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도 홍시를 좋아하셨다.

지금도 가끔 말씀하시지만, 언젠가 엄마가 외할머니를 위해 홍시를 사 가셨는데 그것이 뚝감이었다고 아쉬워하셨다. 시집간 딸이 홍시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얼마나 고르고 골라 산 홍시였겠는가. 하지만 야속하게도 딸의 마음을 담지 못했던 홍시.

엄마는 홍시가 열리면 외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하셨겠지만, 그때 맛없는 뚝감을 사다 드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계신다. 그 이후에 맛있는 홍시를 사다 드리셨겠지만 못 해 드린 것만 생각나는 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물림하는 홍시에 담은 사랑.


어쩜 지금의 나는 엄마에게 홍시가 아닌 유감(?) 일지도 모른다.

일도 결혼도 뭐하나 엄마 맘에 차지 않아 섭섭한 자식.

아직도 진행 중인 유감스러운 삶.

나중에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그랬듯 나 또한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외할머니도 엄마의 마음을 다 알지 않으셨을까?

어쩌다 한번 잘못 사온 홍시 하나로 엄마의 효심을 평가하진 않으셨을 것이다.

엄마도 내 삶을 이해해 주실까?

잘나도 못나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해도 그저 엄마의 자식이란 사실 만으로 이해받고, 응원해주는 무조건적 사랑.


가을에 딱딱한 감을 수확해 겨우내 두고두고 먹는 홍시.

나의 삶도 맛있는 홍시가 되기 위해 저장고에서 숨죽이고 숙성되는 중인지도 모른다.

기다려야 말랑하고 달달한 홍시를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엄마. 

쪼금만 기다려 보세요.

유감스러운 이 커다란 대봉감이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때가 올 테니까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적어놓았던 글이었는데.

진행형이 아니라 과거가 되어버린 내가 엄마에게 하는 이야기.

이 커다란 대봉감을 맛보기 전에 엄마는 하늘나라에 가셨다.

숙성이 느려터진 못난 대봉감.

아직도 뿌드드한 맛으로 여전히 숙성 중인 나.

언제 제맛을 낼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사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