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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Jan 17. 2022

엄마의 핸드폰

걸려오지도 울리지도 않을

어버이날 아들이 선물한 새 핸드폰.

채 5개월도 쓰지 못하고 주인 없이 남겨졌다.

엄마의 폰에는 가족들의 사진,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들이 남아있었다.




카톡을 하지 않는 나는 평소 엄마랑 자주 전화 통화하진 않았지만, 가끔 문자는 했다.

독립해 따로 나와 살며 부모님께 얼마나 연락을 했는가.

내가 필요할 때만 전화했지, 오는 전화도 무뚝뚝 성의 없이 받던 내 모습.  

정말로 후회되는 일 중에 하나이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후 엄마의 손 때 묻은 핸드폰을 바로 정리하지 못하고 그냥 두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엄마의 친구나 지인들의 연락이 올지도 몰랐고, 무엇보다도 그저 엄마의 폰 만이라도 켜 놔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전화기를 찾다가 무심코 옆에 있던 전화기를 들어 내 폰 전화번호를 눌렀다.

내 벨소리를 찾아 방을 둘러보다가 이불 밑에 깔려있던 내 전화기를 발견했다.


내 액정에 비친 글자.

‘울 엄마’


내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 액정에는 ‘큰 딸’이라고 적혀있었다. 그제야 엄마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걸 알게 됐다. 차마 전화를 끊지도, 받지도 못하고 두 전화기를 열어둔 채 난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순간 진짜로 엄마가 걸어주는 전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울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를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늘나라에서도 전화가 있어서 걸고 통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실현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엄마의 전화기는 한동안 정지시킬 수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나와 마지막 주고받은 메시지가 뭔지 찾아봤다.


백신 접종 후 나의 건강 상태와 밥은 먹고 다니는지 등 대부분이 따로 사는 나에 대한 걱정의 문자였다.

엄마 입원 일주일 전.

병원 예약 문제로 아빠랑 같이 병원에 다녀오면서 평소 엄마가 잘 드셨던 카페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 아빠에게 들려 보내드렸는데 잘 먹었다, 고맙다는 그 문자가 엄마와 나의 마지막 문자였다. 


이제는 엄마폰도 정지시켰다.

주인 없는 그 폰에 문득 전화를 걸어본다. 

또르르 신호가 간다. 화들짝 놀라며 전화를 뚝 끊었다.

엄마 아닌 다른 사람이 받을 것 같아서였다.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밑에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가 지운다.


엄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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