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보낸 생일

어떻게 태어났니

by 정담은그림

엄마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 아빠가 계시지만 열 달 동안 나를 품고, 힘들게 나를 낳아준 엄마가 없으니 어쩐지 고아가 된 기분이었다.

내 존재가 너무도 초라하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b-0.jpg 예전 내 생일 때 축하하며 사진 찍어주셨던 부모님



매년 내 생일에 엄마는 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엄마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드렸는데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고 나도 뿌듯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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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는 지금, 나 먹자고 미역국을 끓이기도 싫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시집간 여동생이 집에 찾아왔다. 고기 안 먹는 나를 위해 바지락까지 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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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이 보낸 첫 생일에 동생이 처음으로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줬다.

주부 9단의 솜씨라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눈물이 날만큼.


내 나이 다섯 살. 엄마가 막냇동생을 낳으시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엄마가 아들을 낳아 기쁜 것만큼 나도 남동생이 생겨 좋았던 것 같다. 철없던 나이에 2년 터울 바로 밑에

여동생과 싸우기도 많이 했는데, 막냇동생은 나이 차이가 더 많이 나서인지 아님 내가 조금 더 철이 들어서인지 다섯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맏이라 동생들보다 더 잘해야 했고, 바쁘신 부모님 대신해 동생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은연중에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내 생일 몇 주 뒤에 남동생의 생일이 되었다.

아빠가 동생의 미역국을 끓여줬고, 저녁에 나는 그전처럼 생일 때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월남쌈을 준비했다. 생일 케이크를 사서 초에 불을 붙였지만 손뼉 치며 노래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동생을 위해 대표기도를 했고, 동생은 잠시 소원을 빌고 초에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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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도 같은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렇게 엄마의 빈자리를 서로 채워가고 있다.

엄마도 기뻐하실까?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닌 동생들을 남겨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어릴 땐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자라고 보니 이렇게 든든한 내 편이 없다.

엄마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유일한 혈육인 우리 삼 남매.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의 젊은 날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우리는 엄마를 닮은 엄마의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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