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담은그림 Feb 11. 2022

엄마의 목소리

언제 들어도 정겨운

2년 전 엄마가 장염으로 입원했을 때, 엄마의 보호자로 일주일간 병원에 같이 있었다.   


엄마와 일주일만 동거 매거진 (brunch.co.kr)

  

회진을 도는 의사들의 어려운 말을 자세히 들으려고 녹음을 하다가, 엄마와의 대화도 몰래 녹음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잘했구나 싶다.




작년 9월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엄마의 임종도 보지 못했기에 엄마의 생전 모든 것이 

귀하고 아쉽기만 했다.

통화, 영상, 사진, 녹음 다 되는 만능 핸드폰에 쓸데없는 사진만 수두룩하고 정작 생전 엄마의 생생한 영상이 없는 게 안타까웠다. 그나마 엄마의 목소리라도 간직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어릴 적 기억하는 엄마는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집에 녹음기가 있었는데, 엄마는 녹음기에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찬양을 부르는 본인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우리들의 노랫소리를 녹음하기도 하셨다.


나중에 녹음된 목소리와 노래를 들으면서 모두가 웃기도 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2년이 지나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병원에 있었던 그때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나왔다. 엄마의 목소리가 이토록 생생한데.. 더욱 더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었다. 

문득 엄마의 목소리를 문서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와 나의 대화 녹취록은 반복해 들으면서 컴퓨터로 작성했다.

1시간 정도의 이야기가 A4용지 23장에 기록되었다.

엄마의 말투에는 나고 자란 충청도 고유의 사투리와 억양이 섞여있었다. 대화 당시 엄마의 표정과 느낌을 

담기 위해 작은 감탄사와 발음도 그대로 적었다.


대부분 옛날 일을 회상하는 내용과 퇴원 후 엄마 건강을 위한 내 잔소리였다.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났으며,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와 고생하던 일 등 내가 어릴 때 기억하는 일들도 많았다.

울먹이며 또 웃으며 힘들었던 옛날의 일을 담담히 회상할 수 있었던 건 내 나이만큼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힘든 삶을 억척스럽게 개척하고,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들을 길러내신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 가족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여생 자식들에게 맡기고 편하게 노년을 즐기시면 좋았을 텐데 퇴원 후 1년 5개월. 

엄마는 퇴원했던 그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엄마와의 대화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다.    



어쩜 나에게 위로가 되는 말인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핸드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