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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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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Apr 05. 2022

봄, 불조심

산불조심

오늘은 4월 5일. 24절기 중 청명이자 식목일이다.

매년 이맘때쯤엔 나무를 심었다는 소식보다는 곳곳에 산불 소식이 더 많이 들렸다.

3년 전 강원도 고성에 산불, 그리고 한 달 전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다.

특히 경남 울진에서 발생한 화재는 강원도 삼척까지 덮쳐 동해안 일대의 산림과 집들을 태워버렸다.

뉴스에선 인명과 재산에 대한 피해 보고를 했지만, 당장 우리에게 와닿지 않는 자연의 피해가 너무나도 크다.

이제 곧 푸른 숲이 되어 산소를 만들고, 우리의 환경을 지켜줄 지구의 재산이 모두 잿더미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나무는 물론 자연 속에 기대 살던 온갖 생물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가운데 화염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울창한 숲을 만들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건조한 봄 날씨, 태풍과 맞먹는 봄바람, 기름기를 머금고 있는 강원도의 침엽수림 등 불이 나면 타기 좋은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는 동쪽의 산림들.

오래전, 그림 친구들과 전시를 마치고 설악산으로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에도 산불이 나서 진화되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매캐한 탄내와 함께 검게 그을린 나무들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10년이 훌쩍 넘어 다시 그곳에 방문했을 때, 산의 나무들은 어린나무들로 채워져 땅을 가리지 못하고 듬성듬성 자라 있었다.

강원도로 여행 갈 때마다 느꼈지만 높은 산들과 울창한 산림, 그 사이에 굽이 굽이 안개가 뒤섞인 장면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늘 안개에 싸여있는 듯한 강원도의 산야. 

너희는 원래 그렇게 축축하게 있어야 했던 거구나.

건조한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듯, 이제부터 4월 5일은 건조하고 메마른 산과 들에 물을 뿌려주는 날로 정하면 어떨까.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있는 나무라도, 있는 식물이라도 잘 지키자.

그리고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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