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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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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Mar 11. 2022

봄이 온다

성실한 아이비

작년 6월에 이사 온 후 작업실에 식물을 하나 둘 들였었다.

햇볕이 드는 창가가 있어 집에서 가져온 화분이랑 봉숭아도 심어 길렀다.


하지만 작년 9월 이후, 나 자신도 돌볼 마음의 상태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화분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거의 한 달 만에 작업실을 들렀는데 잘 자라 꽃까지 피었던 봉숭아는 총에 맞아 쓰러진 듯 바닥에 누워있었고 다른 화초들도 누렁 잎을 떨구며 죽어갔다. 그나마 물에 담가 두었던 아이비 중 하나는 잎이 까맣게 되더니 죽어버렸고, 다행히 남은 한 줄기는 마른 버베나 줄기랑 컵에 물을 담아 전자레인지 위에 방치해두었다. 

사실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새 순이 자라 있었다. 이 녀석이 작업실에 온 지 거의 6개월 만이었다.

물에 담가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을뿐더러 늘 잎의 변화 없이 그대로였으므로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 나를 달래듯 아이비는 '나 좀 봐~' 하면서 새순을 쏙 내놓은 것이 아닌가.



또 다른 잎이 나올 거라는 표시도 보여줬다.

며칠 뒤 새 잎은 묵은 잎보다도 더 커졌다.



봄은 봄이구나.

그냥 달력이 3월이고, 바람의 온도가 조금 따뜻하다고만 느꼈었는데 내 곁에도 불쑥 봄이 찾아왔구나.

아이비의 꽃말을 찾아봤다.

'굳게 맺어진 사랑, 행운이 함께 하는 사랑, 성실..'

'성실'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돌보고 있지 않아도 넌 성실하게 잘 자라고 있었구나.

고마워.


내 마음에도 봄이 와서 아이비 같은 성실의 싹을 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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