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연과 나

칠성 무당벌레

구해주기

by 정담은그림

점점 더워지고는 있지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으로는 걷기 좋은 날씨다.

하루하루 녹음이 짙어지는 나무들을 보며 답답했던 내 마음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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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걸으며 보았던 철제 가드레일에 빨간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거미줄에 걸린 칠성 무당벌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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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회 식당으로 날아 들어온 무당벌레를 내 손금 사이에 잘 넣어서 화단에 놓아준 기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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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주저함 없이 떨어진 나뭇가지로 거미줄을 끊어 녀석을 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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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딱지 가운데가 하트 모양인 칠성 무당벌레는 너무 귀여웠다.

가드레일 위를 뱅글뱅글 돌며 갈피를 못 잡던 녀석이 또 거미줄에 걸릴까 봐 나뭇가지로 한번 더 건드리자 빨간 날개 속의 또 다른 날개가 펴지면서 갑자기 핑 날아가 버렸다.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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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거미줄 걸리지 말고 자유롭게 잘 살아.


그런데 거미줄을 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을 거미를 생각하니 조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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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같은 익충이면서 진딧물만 먹는 무당벌레보다는 먹을 수 있는 곤충이 많은 거미가 이 상황을 좀 이해했으면 싶었다.


예전에 처음으로 반지하에 작업실을 얻었는데, 수시로 꼽등이가 출몰해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벌레가 많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주인집 할아버지는 벌레가 많다는 건 그만큼 사람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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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집 짓고 사는 손가락만 한 시커먼 거미를 보고 익충이라며 죽이지 말라고도 하셨다. 그 덕인지 매일 아침 작업실에 와 보면 다리만 남은 꼽등이의 사체를 마주하곤 했는데 꼽등이가 안 보여 좋았지만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당벌레를 검색해 보니 종류가 참 많았다.

점의 모양과 개수도 다르고 무엇보다 무당벌레가 모두 익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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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28 점박이 무당벌레는 해충이라고 나왔다. 등딱지에 잔털이 있어 윤이나지 않고, 점이 무지 많은 녀석들은 해충이라고 보면 되겠다. 28 점박이 무당벌레 애벌레의 모습은 일반 무당벌레 애벌레와는 정말 달랐다. 마치 노란 고슴도치처럼 생겼는데 잎이나 농작물을 갉아먹어 피해를 입힌다.


무당벌레의 먹이는 진딧물이라고 알고 있다. 애벌레 때는 어린 진딧물을 빨아먹고 성충이 되어서는 진딧물을 잡아먹는다고 하는데, 어려서나 커서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을 제거해주니 익충은 익충이구나 싶다. 하지만 같은 무당벌레 종류라고 해도 인간에 의해서 이렇게 해충과 익충으로 구분된다.

인간과 무관하면 그냥 곤충일 뿐일 텐데..


검색 중 알게 된 <꽃을 선물할게>라는 그림책이 있어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며칠 전 내가 무당벌레와 거미에게 했던 일과 내용이 비슷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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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곰은 자연의 섭리라며 처음엔 관여하지 않았지만, 저녁까지 거미줄에 걸려있던 무당벌레는 꽃을 선택한 곰에 의해 살아나게 된다.

책을 보고 내가 했던 일을 생각해보며, 사실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거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칠성 무당벌레를 발견한 후 요즘 부쩍 나뭇잎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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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 애벌레가 많이 보였다. 모양이 조금씩 다른 애벌레들이 보이는데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여러 단계의 발육을 거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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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로 보았던 녀석이 며칠 사이에 번데기를 벗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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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구해준 녀석과 같은 칠성 무당벌레였다.

이번에는 사진도 많이 찍으며 좀 오래 관찰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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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 나랑 같이 갈래?

우리 집에 먹을 거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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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화분에 진딧물이 좀 있어서 데려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칠성 무당벌레를 놔주었던 가드레일을 다시 둘러봤다.

거미가 화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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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이지 않았던 거미가 보였다.

사과하고 싶었다.


거미야, 미안해.

그런데 어디 갔다 이제 왔니.

거미줄에 걸린 먹이라고 너무 방심하지 마.

나 같은 사람이나 꽃을 좋아하는 곰이 언제 거미줄을 망칠지도 모르니까.

거미줄에 걸리면 되도록 빨리 와서 잡아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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