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우화
매년 그랬듯 이맘때만 되면 매미들이 운다.
올해도 방충망에 붙어 우리 집 거실을 엿보다가 울고 또 날아간다.
베란다에서 매미를 발견하는 건 늘 엄마였는데 엄마만 없다.
매미는 7년 만에 나오고 7일 만에 또 죽는다. 어떻게 매년 멈추지도 않고 계속 나오고 또 죽을까.
그만큼 많은 매미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땅속에서 굼벵이 인체로 살고 있겠지?
올해로 6년째라 내년이 돼야 나오는 매미도 있겠고, 후년 또 그 이후에 나오는 매미도 있을 거야.
멸종하지 말고 생을 이어나가길.
지금 땅속에서 인내하고 있을 굼벵이들아 힘내!
동생이 출근길에 매미 사진이라고 보내왔는데 처음엔 믿지 않았다.
흔히 보던 매미의 색이 아닌 황토색 매미였기 때문이었다.
이게 흔히 말하는 알비노 같은 건가?
게다가 살아있는 이 매미는 뒤집어져서 개미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동생은 껍데기에서 나오자마자 울어보지도 못하고 개미들의 먹이가 되었다고 불쌍해했는데 과연 매미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매미의 우화는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새벽이나 아침 일찍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건 매미가 빠져나온 갈색의 껍데기뿐이다.
며칠 전 평소처럼 걸어서 작업실을 가는데 우화 중인 매미를 보게 되었다.
매미는 껍질을 막 탈피하고 나와 날개와 피부를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싸.
큰 특종을 발견한 것처럼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었다.
녀석이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아주 조심조심해야 했다.
과연 막 우화를 마친 매미의 몸 색깔은 연한 황토색이었다.
매미든 잠자리든 껍질을 벗고 나오는 곤충들은 우화 직전이 제일 위험하다고 한다.
껍데기에서 막 나와 젖은 몸을 말리는 그때에 다른 곤충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동생이 찍은 사진의 매미처럼 날아보지 못하고 죽임 당할 수가 있다.
몸을 다 말리고 날아갈 때까지 좀 더 지켜봐 줄까 했는데 극성스러운 산 모기떼가 자꾸 내 다리를 공격하는
바람에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오후에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더니 저녁에는 폭우가 내렸다.
아침에 지나던 수풀에 다시 가서 그 매미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렸는데 말리고 잘 날아갔나?
어디 떨어져서 개미 밥이 된 건 아니겠지?
그 매미가 무사히, 올여름 맘껏 누리길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