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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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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Jul 29. 2022

여름의 나무

수난의 시기, 살찌는 벌레들

여름.

벌레와 식물의 전쟁이 시작됐다.

아니, 어쩌면 식물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곳곳에 담쟁이가 푸른 잎을 자랑하고 있다.

건물 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를 보면 전원적인 느낌도 들고 시원해 보이기도 한다.

나중에 내 집이 생긴다면 한쪽 벽은 담쟁이를 심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올까?)






길가 풍성해 보이는 담쟁이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커다란 잎이 앙상한 잎맥만 남겨진 상태였다.

마치 레이스라도 뜬 듯한 잎들.

자연의 작품, 참 예쁘다고 해야 하나...

잎에 노란 애벌레와 무당벌레 비슷한 놈이 있길래 ‘얜 뭐 하냐 벌레 안 잡아먹고..’ 하며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무당벌레와는 다르게 생긴 녀석이었다.

검은 점이 10개였는데, 옆에 있는 애벌레랑 다정히(?) 담쟁이 잎을 갉아먹고 있었다.

헐.. 내가 아는 무당벌레가 아니었어.

그렇지.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잖아. 진딧물은 진액을 빨아먹지 잎을 갉아먹진 않지.

진딧물 없는 담쟁이를 무당벌레 비스름한 이놈과 애벌레가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몇 달 전 무당벌레랑 있었던 일을 브런치에 올렸었다.

칠성 무당벌레 (brunch.co.kr)


무당벌레 닮은꼴인 24 점박이 무당벌레가 해충이라고 소개하면서, 쉽게 구분할 수 있게 점이 많은 놈이 해충이라고 했지만 어째 점이 10개인 이놈도 해충이었다.

좌측은 담쟁이, 우측은 포도. 열매가 서로 비슷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놈은 열 점박이 별 잎벌레인데, 포도나무나 머루 나무에 붙어 잎을 갉아먹는단다. 

담쟁이가 포도과에 속하는 덩굴나무라는 걸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얘들이 점령한 것이다.

포도나무를 키우는 농장에서는 이 녀석들이 유입되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먹성이 장난 아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자라는 담쟁이들은 쌩쌩했고, 오른쪽에 있는 담쟁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다.

오른쪽 담쟁이에 있던 녀석들이 날아서 왼쪽으로 가면 안 될 텐데...

나무에 붙어서 자라기도 하는 담쟁이에 해충이 붙어 자라면 그 나무 또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




예전에 꽃매미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해충인 꽃매미도 가죽나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https://blog.naver.com/m2i1004/220052451018


길거리를 배회하는 꽃매미. 

발로 밟아버릴까 했지만 비둘기나 다른 새들의 먹이로 먹혀주길 바라며 그냥 지나쳤다. 

(사실 조금 무섭다. 근처만 가도 톡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나한테 오지 마..)

이제 막 자라나는 어린 가중나무들에 들러붙어 양분을 빨아먹고 있는 또 다른 꽃매미.

아오.. 징그런 놈들.

빨간 눈에 좀비 떼들 같다.

근데 얘네들은 해충인데 이름은 또 왜 그리 예쁘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열 점박이 별 잎벌레, 꽃매미, 몇 년 전 극성이었던 미국선녀벌레까지..


자연의 섭리는 약육강식, 먹이사슬에 따라 흘러가는 거라 식물들의 입장에서는 참 억울할 것 같다.

식물, 곤충, 새, 포유류 등의 순으로 서열이 정해지겠지만 식물이야말로 다른 생물체를 희생하지 않고 햇빛, 물, 흙, 공기만으로 스스로의 삶을 유지하며 최하위에서 생물들을 위해 온전히 희생한다.

가엽고도 고마운 삶을 살아가는 게 식물들 아닐까.

허긴.. 

자연의 순환이라고, 우리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 식물들의 양분이 되니 뭐 그리 손해 보는 건 아니겠군.


풍성한 여름.

곤충들아, 새들아, 동물들아 많이 먹고 잘 자라라.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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