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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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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은그림 Jul 15. 2022

늦은 파종

늦게 심어 웃자란 애들

올 초 단감을 먹고 남은 씨를 빈 화분에 꽂아 놨었다.

엄청 달고 맛있는 감이어서 같은 열매를 맺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감을 좋아했던 엄마가 생각나서 한 일이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감 씨는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누가 감나무 싹 아니랄까 봐 감씨 껍데기도 머리에 얹어 모자처럼 그대로 달고 자랐다.



식탁 겸 책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 화분을 놔두었는데, 좌측에 큰 창이 있어 햇볕이 잘 들어온다.

감나무는 광합성을 하기 위해 계속 왼쪽으로 잎을 향했다.

6월 중순부터는 똑바로 자라라고 오른쪽으로 돌려놨다.



감나무를 비롯해 방울토마토, 바질 그리고 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라난 클로버까지 화분이 4개가 되었다.

잘 자라니 욕심이 생겨 화분을 더 들이고 싶었다.




사실 작년 이곳에 이사 오면서 이것저것 종류별로 화분을 들였었다.

봉숭아 물도 들이려고 봉숭아도 심어 잘 자라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하늘나라 가시고 한동안 작업실을 비워두었더니 봉숭아는 총에 맞은 듯 쓰러져있었다.

마치 그 당시의 내 상태 같았다.



한동안 뭘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내 마음도 돌보기가 힘들었으니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우연히 심은 씨앗들이 잘 자라는 4개의 화분을 보고 있으려니 또 키워보고 싶었다.



지금 동사무소 앞 화분의 봉숭아는 벌써 자라 꽃을 피우고 있는데, 나는 이제 봉숭아를 심기로 했다.



원래 있던 바질 화분에는 추가로 바질 씨를 뿌리고, 봉숭아랑 강낭콩을 추가로 구입했다.

심는 김에 감나무도 흙을 많이 넣어 새로 분갈이를 했다.



이렇게 해서 화분은 6개로 늘어났다.



심은 씨가 다 싹이 나지 않았지만 발아율은 좋은 편이었다.



늦게 파종한 만큼 봉숭아는 웃자라는 게 느껴졌다.

저렇게 길게 목을 빼고 싹을 내서 조금 무섭다.

광합성을 하려고 해가 드는 왼쪽으로 싹을 내는 화분들을 나는 자꾸만 오른쪽으로 돌려놨다. 



길게 자란 강낭콩에 지지대를 세우고 방향을 돌리면서 바로 자라게 도와줬다.

봉숭아가 너무 웃자라 걱정이다. 



늦게 심은 만큼 얘네들도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비리비리해서 키만 큰데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내 감나무 싹도 나중에 저렇게 큰 나무로 자랄 수 있을지..

우선 땅에 심어야겠지?


말 못하는 애들을 들여놓고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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