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연과 나

늦은 파종

늦게 심어 웃자란 애들

by 정담은그림

올 초 단감을 먹고 남은 씨를 빈 화분에 꽂아 놨었다.

엄청 달고 맛있는 감이어서 같은 열매를 맺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감을 좋아했던 엄마가 생각나서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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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날 무렵 감 씨는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누가 감나무 싹 아니랄까 봐 감씨 껍데기도 머리에 얹어 모자처럼 그대로 달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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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겸 책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에 화분을 놔두었는데, 좌측에 큰 창이 있어 햇볕이 잘 들어온다.

감나무는 광합성을 하기 위해 계속 왼쪽으로 잎을 향했다.

6월 중순부터는 똑바로 자라라고 오른쪽으로 돌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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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를 비롯해 방울토마토, 바질 그리고 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라난 클로버까지 화분이 4개가 되었다.

잘 자라니 욕심이 생겨 화분을 더 들이고 싶었다.




사실 작년 이곳에 이사 오면서 이것저것 종류별로 화분을 들였었다.

봉숭아 물도 들이려고 봉숭아도 심어 잘 자라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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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엄마가 하늘나라 가시고 한동안 작업실을 비워두었더니 봉숭아는 총에 맞은 듯 쓰러져있었다.

마치 그 당시의 내 상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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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뭘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내 마음도 돌보기가 힘들었으니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우연히 심은 씨앗들이 잘 자라는 4개의 화분을 보고 있으려니 또 키워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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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사무소 앞 화분의 봉숭아는 벌써 자라 꽃을 피우고 있는데, 나는 이제 봉숭아를 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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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던 바질 화분에는 추가로 바질 씨를 뿌리고, 봉숭아랑 강낭콩을 추가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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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는 김에 감나무도 흙을 많이 넣어 새로 분갈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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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화분은 6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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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 씨가 다 싹이 나지 않았지만 발아율은 좋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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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파종한 만큼 봉숭아는 웃자라는 게 느껴졌다.

저렇게 길게 목을 빼고 싹을 내서 조금 무섭다.

광합성을 하려고 해가 드는 왼쪽으로 싹을 내는 화분들을 나는 자꾸만 오른쪽으로 돌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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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자란 강낭콩에 지지대를 세우고 방향을 돌리면서 바로 자라게 도와줬다.

봉숭아가 너무 웃자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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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심은 만큼 얘네들도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비리비리해서 키만 큰데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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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감나무 싹도 나중에 저렇게 큰 나무로 자랄 수 있을지..

우선 땅에 심어야겠지?


말 못하는 애들을 들여놓고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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