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팔 생각 없어요?
황당했던 그 날의 기억.
처음에 성인 ADHD 진단받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개인 블로그에 ADHD에 관한 글을 막 써 올리는데 불이 붙었다. 거의 하루에 글을 꼬박꼬박 쓸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알음알음으로 내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에게서 쪽지가 왔다. 사실 온 줄도 몰랐다. 난 원래 쪽지 잘 안 보니까. 그 사람의 예상은 그렇게 빗나갔다. 쪽지 한번 확인해 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무슨 내용이길래 저러시는 거지?' 싶었다.
내용은 이랬다. 본인은 미국에서 애더럴 (ADHD 치료제로 쓰이는 약 중 하나. 우리나라에선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미국에선 합법이다)을 먹던 사람이라고. 그런데 한국에 와서 ADHD와 관련된 종합진단을 받으려니 비용이 부담된다고. 그러니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약을 자신한테 팔았으면 좋겠다고.
'응?'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었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근데 다시 봐도 '그 약, 저한테 파세요'라는 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댓글창에 깜빡거리는 커서만이 내 대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음지에서 이런 식으로 거래하는 거 불법인데.'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만한 용자는 아닌 나. 아니 불법적인 일에 연관되면 걸릴까 봐 쫄보가 되는 나다. 너무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며칠을 고민하다가 어렵사리 답을 보냈다.
"어떤 심정으로 저한테 연락하셨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저도 지금 제가 필요해서 복용하는 약이에요. 애더럴 드셨다면 아시겠지만, ADHD 치료제는 전문의의 처방 없이 제 3자가 판매하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법으로 규정돼 있는 걸 위반해 가면서까지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고 싶진 않아요. 금액이 크고 적고를 떠나서 무엇보다 제 마음이 불편해서요. 정말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비용이 좀 더 드시더라도 종합검사를 받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도움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그러고 나서 바로 블로그에 글을 썼다. 나한테 암암리에 약 팔라고 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난 그저 일개 환자일 뿐이지 의사나 약사가 아니라고.
지금도 그 일은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누가 나한테 똑같은 부탁을 해도 그때 내린 결정과 크게 다른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 같다.
의사에게 진료 및 처방을 받지 않은 상태로, ADHD 약물을 어둠의 경로로라도 구매를 하려고 하시는 분이 만약 계시다면, 꼭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중 몇몇 환자들이 눈앞의 이익 때문에 옳지 않은 방식으로 약을 판매한다는 얘기를 나도 우리 선생님한테 들었다. 그분들께도 당부드리고 싶다. 당신이 하려는 일은 불법이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걸 말이다. 그런 일 때문에 같은 환자들이 욕먹을 상황을 만들지 말아 주시길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