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 지 1년이 되어간다.
잊을만하면 문득문득 꾸는 나의 악몽.
꿈속에서 재현되는 나의 악몽은
그 집에 들어가서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린다.
꿈속에서조차도, 내가 당시 그곳에서 살면서 느꼈던 무력감이 나를 그대로 잠식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지킬 수 없었던
나의 가정.
나의 행복.
나의 아이.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현실,
내가 버틸 수 없는 현실.
이것을 나가기 위해선
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우울감에서 온 자기 포기.
그 감정들은 그대로 꿈속에서 재현된다.
딸의 행복보다는 본인의 이미지가 더 중요했던 나의 엄마는,
내가 그 집에서 너무나 힘들어할 때,
본인의 사위만을 감쌌다.
'니 인생에 이서방보다 나은 남자는 평생 못 만날 거다.
너 같은걸 이서방이 데리고 살아주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라고 나를 깎아내리며 가스라이팅만 했다.
꿈속에서도 이러한 언행은 되풀이된다.
엄마는 끊임없이,
내가 그 집의 며느리로 존재하기만을 바란다.
변호사인 남편을 가진 내게
'넌 어디 가서 사모님 소리 들으니까 좋겠네.
네가 니 남편 아니면 어디서 사모님 소릴 듣겠니'
라며 익숙한 언어들로 주입한다.
항상 그래왔고, 지금도 그런 말들을 하며,
꿈속에서도 바뀌지 않는다.
매번 꾸는 나의 악몽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엄마가 오라는 곳에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가고,
그곳에는 엄마와 아이아빠가 재결합의 판을 깔아놓은 나의 새로운 가정이 있다.
울면서 이게 뭐냐고 울부짖는 나에게
엄마는
'네가 에미라면, 이 정도는 힘든 거 버텨라.
내가 널 대신해 이렇게 노력해서 이서방과 같이 살 집도 다시 마련해 줬으니 감사하게 니 아들이랑 셋이 살아라.
여기서도 못살겠다고 하면 넌 에미도 아니다'
그렇게 내가 가진 내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건드리며 재결합을 강요한다.
나는 내 아이와 함께 살게 된 그 장소에서,
나와 살겠다는 아이를 뿌리치고 나올 수도 없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아이아빠 앞에서 나올 수도 없다.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말없이 눈물만 흘린다.
꿈에서도 나는 숨이 막힌다.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새벽에 잠이 깬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어디 누워있는지 확인한다.
다행이다.
난 어제와 같은 곳에서 일어났다.
다행히도 엄마에게 재결합을 강요하는 문자가 남겨져 있지도 않다.
다행히도 엄마가 내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건드리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그 사람과 다시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꾸만 꿈속에서 재현하는 이 악몽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언제쯤,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힘들다.
이런 날은 하루 내내 꿈속에서 겪은 무력감에서 온 비참함이 지속된다.
이런 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번 이럴 때는,
강한 수면제를 먹고 다시 꿈을 꾸지 않으려 노력한다.
외로움이 엄습한다.
잊고 싶다.
그 사람도, 이 현실도.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