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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Aug 12. 2021

아이를 격주에 한 번으로.

힘든 건 그만하자


아들의 유치원에서의 일상을 볼 수가 없으니

매주 토요일에 하는 운동 교실을 등록했다.

아들과 매주 만나니 가능한 일정이었다.

아들에게 엄마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업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너 운동하는 걸 보고 있다고,

아빠가 반대해서 유치원엔 데리러 가지도 못하지만,

아이아빠는 주장한다. 엄마가 데리러 오면 너무 행복할 것이기에 이후 할머니가 데리러 올 때의 실망감이 생길까 봐 그 행복감도 주면 안 된다고,  

그래서 반대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지만, 여기 운동 교실에는

엄마가 데려다주고 같이 집에 돌아온다고,

네가 열심히 운동하는 걸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고.

엄마가 네가 친구들과 잘 지내거나 다투는 것도 다 보고 있다고..

아들과 교육기관에 함께 지내보고 싶었다.


등록을 한 장소가 잘못이었을까.

등록한 운동교실에서 우연히 아들의 유치원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자연스레 아들 유치원의 학부모들과 안면을 트게 되고, 매주 만나며 점점 친해지게 되었다.


원래, 이혼가정인걸 오픈하는 것에 나는 당당했다.

내가 잘못해서 이혼했던 것도 아니고,

이혼가정인 것이 숨겨야 할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혼가정은 수많은 가정 형태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자,

도무지 같은 반 학부모들에게는 말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우리 아이에 대한 편견이 있을까 봐,

엄마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우리 아이를 멀리할까 봐,

괜한 두려움에 말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밝은 내 아들을, 누군가가 연민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싫었다.


그렇게 매주, 나는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왜 남편은 함께 운동 교실에 오지 못하는지,

왜 우리 부부는 부부 모임을 나가지 못하는지,

나는 유치원의 대소사를 모르는지,

계속 핑계를 대며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을 너무나 싫어하는 내 성격상,

이런 상황은 매번 고통스럽다.

이렇게 가식적인 내 모습을 보이는 게 힘들다.


나는 아이의 매일 일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매일 유치원에서 어떤 과제들을 갖고 오는지 알지 못하는데,

유치원 공지사항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내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떤 친구와 다퉜는 지도 모르는데,

엄마들 앞에서는 웃으며 아는 척하고 넘기는 나 자신이 힘들어 마음이 너무 쓰려온다.



그만해야겠다.

나를 돌아보고 내가 행복한 게 우선인데,

거짓말을 그만두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던,

내가 선택을 해야 함을 느꼈다.


사실 아이와 매주 만나는 것은, 

내게는 너무나 힘들다.

매주 만나다 보니 자꾸 아이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아이의 마음에 관심도 없는 저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양육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매주 헤어질 때마다,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 이 현실에서 가슴이 매번 찢어진다.

엄마와 같이 집에 가고 싶다고, 내 손을 붙잡고 놓지 않는 아이에게 인사할 때마다 마음이 운다.


매주 아이를 보내고 혼자 통곡하며 우는 것도,

이제는 그만둬야겠다. 그만 울어야겠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매 주가 아닌, 격주에 한번 만나기로 아이아빠와 합의했다.

나도 나의 삶을 지내보기로,

조금은 아이생각을 덜 하는 일주일을 보내보기로,

가슴이 찢어지는 헤어짐을 조금 줄여보기로,


어떤 선택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린아이와 매주 만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은지,

내가 조금은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은지,


하지만 무엇보다

잘 버텨야 한다.


아이 곁에 오래 있기 위해서는,

언젠가 아이가 내 곁에서 함께 있길 원할 때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오늘도 마음이 아프다.

나의 결심이 맞는지 계속 의문이 든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서,

엄마 혼자 살겠다고 그 집에 혼자 남겨두고 나와서,

죄책감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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