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이 마음을 움직인다

6개월만에 결혼식하기, 허례허식 덜어내기

by 떼구르르

결혼식 안하겠다고 했을때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닥... 내겐 설득력이 없었다

아래는 다 우리엄빠말고 다른사람들한테 들은 말이다


인생에 한번뿐인데 > 모든순간이 한번뿐이다

그래도 식은 해야지 > 식보다 잘사는게 더중요하다

축의금 회수해야지 > 그냥우리돈으로 드리자까지 얘기했었다. (게다가 양가부모님은 축의금 우리가 다가지라하심..;;)

개혼이잖아 > 동생들이 다 결혼식 로망있어서 나 아녀도된다


그치만 내가 식을 결심한건, 아빠의 '그래도 조금 서운하지' 말 한마디 때문이다. 그마음이 그냥 내마음을 움직였다.

남친과의 결혼엔 확신이 있다. 그치만 결혼'식'을 준비하며,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때마다 네이버에 이것저것 찾아본다.


신부 하객맞이

신부 본식에 2부 드레스

신부 본식에 웨딩수트

결혼반지 생략

혼주드레스

본식 타투

그렇게 비슷한 사람들이 올린 글들 보며, 참고하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바디프로필을 찍으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과정이 내 인생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보정한 사진엔 내가 없고, 그 포즈엔 내가 없다.

그냥 내가 열심히 운동했던 순간들과 그 성취감이 좋았다.

건강하게 먹어본 경험, 하루에 운동 몇시간씩 해본 경험, 운동이 맘대로 되지않아 울어본 경험, 피티쌤에게 응원받던 경험들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결혼식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난 결혼식날 축하하는 마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이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내표정은 똑같고 옆사람만 바뀐 사진들이 몇십몇백장 나오겠지, 그리고 얼굴만 가리면 모든 신부의 사진이 똑같을거다.

축하하러 온 하객분들께 나도 인사하고 싶다. 시간과 돈을 쓴다는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지인들께도 가족에게도 감사하다 하고싶고, 딸 잘키운거 보여드리고싶다.

사진찍으려고 결혼식하는게 아니다.. ㅠㅠ 우리 결혼해요, 어떻게 만났고, 어떤 연유로 결혼을 결심했고, 부모님이 사랑으로 키우셔서 이만큼 또 사랑할줄 알게됐다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렇게 축하받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직접 감사인사드리고 싶다. 그러기위해선 몸이 자유로워야한다.


신부 한명을 주인공으로 만들며,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 네일, 피부관리, 몸매관리, 헬퍼이모님, 아이폰스냅, 서브스냅.. 평생 한번뿐인 결혼식이잖아요. 신부님이 주인공이세요. 가장 아름다운 날이에요. 라는 말로 말이다.


언제부터 결혼식이 지금의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묘해진다. 왜 아빠는 양복인데 엄마는 한복을 입는지, 왜 스튜디오에서 한껏 꾸며 평소모습이 없는 사진을 남겨야 하는지, 왜 신부는 드레스를 입는지, 왜 엄마한복색은 파랑과 분홍인지, 왜 아빠손을 잡고 들어오는지, 왜 폐백을 하고 왜 예단예물을 하고.. 언제부터 어떻게 이런 결혼식이 되었는지, 주례와 사회는 왜 남자가 하는지..

사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하는걸거다. 그러다가 또 어느사람이 다르게 하고, 그런사람들이 많아지면 또 다른 문화가 생기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모르는, 남들도모르는, 어느샌가 그렇게된 것들 말고, 이왕하는것 내가 생각하는 결혼식의 의미를 살리는 식을 하고 싶다.


아무튼.

누군가 내기준과 다른 행동을 하겠다고 하면, 아쉽지 않겠냐고, ~가 낫지않겠냐고, 내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기로 선서합니다.

그사람이 조언을 구하겠다고 하는게 아닌이상, 어떻게 그런결정을 내렸는지, 어떤마음인지를 질문하기로 선서합니다.

해명과 증명에서 벗어나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하도록 귀기울이기로 선서합니다....~

900%EF%BC%BF1750648084651.jpg?type=w1

서로 이렇게 존중해주자구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저런 얘기들 듣겠지만, 내소신껏... 내편 들어주는 예비남편과 꿋꿋하게 해낼거다!





작가의 이전글평범함, 평온,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