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습관은 좋을까? 나쁠까?
습관 덕분에 얻는 것들
두뇌학자 게르하르트 로트의 말대로
복잡한 도전에 응하자면 힘을 모아 집중해야 하므로
우리 뇌는 루틴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가령 우리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다.
고민하지 않아도 심장이 알아서 펌프질해서 피를 온 몸으로 보낸다.
처음 걸음을 배울 때는 뇌도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저절로 걷게 된다.
이것이 습관의 장점이다. 뇌가 에너지를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습관은 뇌의 에너지 절약 모드이다.
우리는 이를 닦으며 온갖 생각을 할 수 있다. 내일 뭐 입고 가지? 아침에 뭐 먹지? 정말로 실용적이지 않은가?
습관 덕에 생활이 참 편하다. 습관이 없다면 뇌는 넘치는 자극과 도전을 감당하지 못해 금방 고장이 나고 말 것이다.
29-30p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은 딱 한 개인데 쇼핑몰에 가면 비슷한 가격대에, 비슷하게 생긴 물건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어느 것이 나에게 더 맞을까, 고민하면서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머리만 아픈 게 아니다. 실제로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경우에는 돌아다니느라 발바닥이 아프다.
넘치는 물건 속에서 '무엇을 사야지?' 고민하느라 줄줄 새고 있는 금같이 소중한 내 시간은 또 어떤가.
불필요한(?) 일에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절약해 보려고 나는 루틴을 만들었다.
식재료는 여기, 의복은 여기, 도서 구입은 여기, 이렇게 정해놓고 거기만 가기로 한 것이다.
외식할 때도 인터넷으로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다니기보다는 나에게 잘 맞는 식당을 몇 개 찍어 두고 거기만 간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호기심에 여기저기 찾아봤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날 때 생각 없이 빨리 갔다 올 수 있는 2, 3개 코스를 정해 놓고 주로 거기만 간다.
걷기와 달리기도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게 싫어서 항상 가던 코스만 간다.
이러한 습관 덕에 생활이 단순하고 편해졌다. 여기에 안정감은 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습관 때문에 놓치는 것들
우리 두뇌의 편리한 습관 모드가 행동 변화를 힘들게 한다.
이 에너지 절약 모드가 무의식적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우리의 인지와 관심을 제약하는 것이다.
가령 매일 아침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길가에 서 있는 나무나 건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신을 딴 데 팔았거나 꾸벅꾸벅 졸았던 게 아닌데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뇌가 자동항법 모드여서 운전을 자동으로 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뇌가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렇듯 특정 습관에 너무 집착하면 유연성을 잃게 된다.
한 번 몸에 익은 습관은 우리를 옥죌 수 있다.
31-32p
반복적인 일에서 나를 해방시켜준 좋은 습관도 있는 반면에 나의 건강을 해치고 나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나쁜 습관도 있다.
우유와 커피가 내 몸에 안 맞아서 몇 번이나 라테를 끊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전 8시만 되면 나의 뇌가 내 몸에 명령을 내린다. '라테를 마셔야지'
그러면 나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집 근처 카페로 간다. 그리고 라테를 주문한다.
주문한 라테를 들고 집에 와서 거실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라테를 한 모금 마신다.
그제야 나의 뇌는 만족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다음 명령을 내린다. '오늘 오전에 하기로 한 일이 뭐지? 이제 그 일을 하자'
달달한 디저트와 자극적인 음식 대신 건강한 음식들을 먹어보자, 고 결심해 보지만 한 번 몸에 박힌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
핸드폰 대신 책을 봐야지,라고 다짐해 보지만 같은 환경에 놓이면 책 대신 핸드폰에 손이 간다.
습관은 좋다. 그리고 나쁘다.
결심만으로는 나쁜 습관을 바꿀 수 없다. 뇌를 속여 넘길 전략과, 나쁜 습관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
하루씩 행복해지는 마음 루틴
내 습관에 반응하는 뇌 들여다보기
*음미하기
- 초콜릿이나 과일 한 조각을 최대한 집중하여 먹어보자.
초콜릿이나 과일을 집어 들고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관찰한 후 손으로 만져 감각을 느껴보고 냄새도 맡아보자.
느낌이 어떤가? 온도는 어느 정도인가? 맛은 단가? 짠가? 신가? 다른 맛도 나는가? 입에 들어가면 어떻게 변하는가? 씹을 때 느낌은 어떤가? 삼킬 때는 어떤 느낌인가? 뒷맛이 어떻게 다른가? 맛이 얼마나 오래가는가?
*다르게 하기
- 이번 주에는 일 세 가지를 평소와 다르게 해 보자.
이를 다른 손으로 닦아 보자. 두뇌 훈련에도 유익하다.
출근하거나 장 보러 갈 때 다른 길로 가보자. 그 차이를 느껴보자.
평소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보자. 평소엔 탓할 일도 꾹 참고 넘어가 보자. 그리고 평소와 기분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자.
맛보기 삼아, 이번 주에 다음 아래 세 가지를 다르게 해 보려고 한다.
- 커피 대신 캐모마일 차 마시기
- 핸드폰 대신 시간이 있으면 읽고 싶었던 수필 책이나 영어 동화 보기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 1잔 마시고 감사한 것 3가지 적기
솔직히 말하면 위에 적은 3가지를 해낼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평소와 다르게 해보고 싶다.
다르게 살아보려는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이미 내 삶이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창밖의 싱싱한 공기가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잠들어 있는 나의 뇌를 깨우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