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경 Sep 16. 2022

제주의 삼다(三多)가 바람, 돌, 캐디?

<시작하는 말>

요즈음 tv 채널에서 골프를 주제로 한 예능을 많이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셀럽들이 연령층과 성별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정식 골프 경기라기보다는 게임을 혼합한 재미 위주의 내용이라 실제 골퍼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간단한 골프 용어나 룰을 접할 수 있는 신선한 기회가 된다.

지금까지 프로선수들의 경기 실황이나 골프레슨에 그쳤던 콘텐츠가 실제 필드에서 일반인들이 플레이하는 과정이 그대로 보이니 더 친근하고 가깝게 골프라는 운동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것 같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근 3년여 동안 세상의 모습을 많이 바꿔놓았다.

비대면과 실내에서의 군집생활에 대한 불안, 그리고 해외여행의 부자유로 사람들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며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중에 파란 잔디 위에서 골프를 즐기려는 골퍼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도내 30여 개의 골프장에 주중, 주말 상관없이 예약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한다.

다수의 골프장들이 적자경영에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릴 정도이다.      

방송의 콘텐츠들은 시대를 반영한다.

이런 방송의 영향으로 골퍼들이 더 늘어난 것인지, 새로운 골린 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 입문자)들의 출현으로 이런 방송이 만들어지는 것인지, 작년 라운드 했던 인원이 4천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만으로도 골프업계의 호황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2030 세대의 진입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요즈음의 화두는 2030 세대 소위 밀레니엄 세대이다.

모든 산업계, 정치계 할 것 없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총력이다.     


나는 캐디다.

내년이면 만 25년 차가 된다.

골퍼들의 파라다이스, 2000년대 초반 세리 키즈 열풍을 타고 소위 골프 유학을 온다는 제주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은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일해 본 경험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의 푸르른 청춘의 나날들을 골프장의 파란 잔디와 변화무쌍한 사계에 새겨 넣었다.

제주행 비행기에는 골퍼만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으로 캐디를 꿈꾸며 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20대들의 시작이 새로운 현상이다.

지금은 제주도의 삼다(三多)가 바람, 돌, 캐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캐디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고, 이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연령층이나 남성의 비율도 많아졌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현상이다. 심지어 내 주변의 지인, 혹은 가족들마저 이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들 각자의 사연으로 이 일을 시작한다.

코로나 위기로 고용불안에 힘들어 이참에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거나,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학자금, 유학자금을 마련하고자, 아니면 사업 밑천의 종잣돈을 마련하고자 새 희망으로 이 일에 뛰어든다.

꿈을 좇아오는 것일까? 돈을 좇아오는 것일까?

혹자는 꿈을 좇는 것은 소명이요, 돈을 좇는 것은 직업이라고 했다.

시간 대비 고소득이라는 것은 최고의 장점일 터, 몸과 정신만 건강하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또한 이런 현상을 낳는 이유가 된다.

캐디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라는 점에서는 반색할 일이다.

하나, 고소득이라는 장점만을 보고 오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감, 나라도 그럴 것이라는 공감,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현실감, 25년을 해 온 일이지만 매일이 긴장이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적지 않은 캐디피가 마치 저울에 그 무게를 달아 놓은 듯하다.

합법적이면서 적은 노동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군이 얼마나 되겠는가!   

  


적어도 나는 <성실한 캐디>였음은 자부한다.

누군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내 말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할 말은 없으나, 최소한 캐디의 덕목은 성실이 시작과 끝이다.

한 분야에 10,000시간을 쓰면 달인이라 한다.

그 시간의 질감만큼 나 스스로 나에게 달인이란 칭호를 허락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한 가지 업(業)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이제 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아니면 나와 같은 일을 하며 한 번쯤 자신의 일과 인생을 되돌아보며 도란도란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다른 직업의 속사정을 궁금해하는 호기심 많은 이들에게 우리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제주도에서만 캐디 생활을 한 사람으로 같은 일을 하지만 지역적인 특성과 편차가 있고 골프장마다 캐디 문화가 다름을 먼저 밝혀둔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는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알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