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아버지?"
내가 초인종을 누르자, 기석이 놀란 표정을 하며 문을 열었다.
"아니, 서울에는 어떻게... 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기석은 내가 찾아왔다는 사실이 꽤나 놀란 모양인지,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날씨도 더운데 얼른 안으로 모셔오지 않고 뭐해요!"
그러자 안쪽에서 기석이를 향해 소리치는 며늘아가의 목소리가 문 너머까지 넘어왔다.
"아!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버지."
"오냐."
나는 기석의 안내를 받으며 거실에 있는 소파로 이동했다.
"여기 앉으세요. 아버님."
"그래. 고맙구나. 내가 너무 갑자기 찾아와서 민폐가 아닐까 모르겠다."
"아니에요. 편하게 계시다 가세요."
며늘아가는 웃으며 그렇게 말한 후, 천천히 주방으로 걸어갔다.
만삭인 탓에 거둥이 불편할 텐데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을 보니 역시 괜히 찾아왔다는 생각이 다시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이긴. 내가 오면 안 되기라도 하냐?"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아들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말았다.
오랜 기간 몸에 배어버린 탓에 어쩔 수도 없는 버릇이었다.
"오랜만에 봐서 좋아서 그렇죠. 제가 갔어야 하는데."
"아버님. 많이 더우시죠? 물 좀 드세요."
그럼에도 기석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 말에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고, 며늘아가도 당연한 듯 늙은 노인을 배려해주고 있었다.
"그래... 고맙구나. 별 건 아니다. 아들이 서울에 정착했는데 내가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것 같아서 잘 살고 있나 궁금해서 왔어."
덕분에, 빠르게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솔직한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석은 그런 대답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냐, 그 표정은. 그게 애비한테 보낼 시선이냐?"
"놀라서 그렇죠.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실 줄이야."
그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낀 나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집이나 구경시켜 줘라."
"그러면 제가..."
"며늘아가는 앉아있거라. 나는 이놈이 해주는 게 더 좋다."
내 말에 며늘아가가 서둘러 일어나려는 것을 막고 소파에 앉혔다.
"네. 그럴게요~'
말투와는 다르게 상당히 조심스러운 내 태도에 며늘아가는 삐져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자, 그럼 안내해라."
하지만, 나는 부끄러움을 숨기며 자리를 옮겼고. 기석도 가볍게 웃으며 내 뒤를 따라왔다.
집은 소개받을 만큼 그리 큰 집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집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지만 말이다.
"거의 대출이지만 말이죠."
기석은 내 반응에 그렇게 말했지만, 그 태도가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내 지원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보겠다며 얻은 집이었으니 말이다.
"여기는 이제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방이에요."
거실에 비하면 작은 방이었지만, 그 방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차있었다.
아이를 위한 침대.
아이를 위한 옷.
아이를 위한 장난감.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곧 태어날 생명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나도 태어날 아이를 위해 준비한 작고 작은 신발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바라볼 때가 있었는데...
"......"
그렇게 아이의 방을 구경하다 뒤를 돌아보니 기석과 며늘아가가 부풀어 오른 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모습에 과거의 자신과 먼저 떠난 아내의 모습이 계속해서 겹쳐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