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가 절 싫어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너무 무서웠어요."
"......"
그날 저녁
술에 한껏 취한 기석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녁과 함께 가볍게 마시던 반주가 한잔 두 잔 쌓이더니, 어느샌가 이런 상태가 된 기석이었다.
"술이 이렇게 약한지는 이제야 알았네. 술버릇도 말이야."
매일 술을 마시는 나와 달리, 이런 부분은 아내를 닮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점점 과격해지는 기석의 분위기에 며늘아가가 기석에게 눈치를 주려고 했지만, 나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러지 말라고 제지했다.
"그도 그럴게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지낸 시간보다 아저씨랑 지낸 시간이 더 많은 걸요."
아저씨는 이 씨를 말하는 거다.
"아버지는 일하시느라고 항상 없었죠. 가끔 같이 밥을 먹더라도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게 어린 시절에는 얼마나 무섭던지... 오죽했으면 생일에도 축하해 달라는 말도 못 했어요."
"......"
"어쩔 수 없죠. 제 생일이 무슨 무슨 날인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기석이 태어난 날.
아내가 죽었다.
즉, 기석의 생일은 아내의 기일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의도적으로 아들의 생일을 피했다.
"그때는 내가 사람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미숙했기 때문이다. 네가 밉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어."
"괜찮아요. 이제는 알 것도 같거든요."
기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아내를, 정확히는 부풀어 오른 배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누가 봐도 사랑이 넘쳐흐르다 못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저도 곧 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알 것 같아요. 무서웠던 거죠. 자식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그래... 무서웠다. 너를 볼 때마다 떠오른 나도 모르는 감정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래서 가장 쉬운 곳으로 도피했어."
기석과 마찬가지로 나도 취했는지, 평소 같다면 나오지 않았을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저는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도 별 걱정이 다 드는데, 아버지는 오죽하셨겠어요."
"그래도 그러면 안 됐다. 정말 옆집이 아니었으면 나는 두 번이나 후회했을지도 몰라."
"그러면 아저씨, 아줌마한테 더 잘해주세요. 그 두 분 덕분에 어디서 부모 없는 아이라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미 잘해주고 있다."
가만히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기석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건 그렇고 아저씨 칭찬까지 하시고, 오늘은 진짜 평소하고 많이 다르신 것 같아요. 아버지답지 않아요."
"나 다운게 뭔데? 그게 뭔지 난 아직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들이 조용히 술잔을 내밀었고, 나는 피식 웃으며 아들의 술잔에 내 술잔을 부딪쳤다.
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응어더리 풀려서일까?
오늘따라 마시는 술은 굉장히 달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아악-!"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