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까지 나답게 살기로 했다(6)

by 하명환

소리가 난 쪽으로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며늘아가가 배를 붙잡고 바닥이 주저앉아 있었다.


"여보-!"


그 모습을 본 기석은 재빨리 자신의 아내에게 다가갔다.


"여보! 괜찮아?!"

"으윽... 배가... 갑자기..."


나도 급하게 자리를 이동하여 주변을 살피자, 바닥에 투명한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물은 지금도 며늘아가의 원피스를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며늘아가의 양수가 터진 것이다.

죽었던 내 아내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 광경에 과거의 내 아내와 겹쳐지며 손이 덜덜 떨려왔다.

하지만, 나보다 더 당황해하며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당연하게도 기석이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원래 주변에서 당황하면 본인은 침착해진다고 했던가.

덕분에 정신이 빠르게 돌아올 수 있었고,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며늘아가의 양수가 터졌어요! 애가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주소가 어떻게 되시나요? 빠르게 구급차 출동하겠습니다."

"여기 주소가..."


아무리 침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만 그럴 뿐 나도 온전한 정신은 아닌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 주소도 아닌, 처음 온 아들의 집 주소를 외우고 있을 리가 없었다.


"기석아, 집 주소!"

"네?"

"정신 차려! 빨리 119 불러야 할 거 아니야. 주소 말하라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스마트폰을 기석에서 전달했다.


전화를 전달받은 기석은 당황하면서 자신의 집 주소를 전달했고, 곧 구급차가 도착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는 종료되었다.


"기석아, 정신 차려야 한다. 이 상황에 며늘아가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남편인 너뿐이야."

"네... 네!"

"다행히 양수의 색깔이 나쁘진 않다. 빠르게 도착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내 말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것인지 기석의 얼굴에 혈색이 점점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며늘아가를 천천히 반쯤 기대는 자세로 눕힌 뒤, 기석이 가지고 온 깨끗한 수건으로 흘러나오는 양수를 흡수할 수 있도록 대처했다.


"며늘아가도 조금만 버텨라. 다행히 아주 큰 문제는 보이지 않아. 조치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아기는... 제 애는 어떻게 되죠?"

"괜찮아. 아기도 문제없을 거야. 천천히 심호흡을 하거라."


내 말에 며늘아가도 조금씩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처럼 보이는 기석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고마워요 아버지. 제가 너무 당황하는 바람에..."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으니까. 그것보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지금까지 아내의 죽음을 떠올리며 후회를 반복하며 살았다.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이미 지난 일이었지만,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어리석은 소 주인처럼 과거에 사로잡혀 있던 적이 있었다.

이제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한 정보에 매달리며 후회하던 날들.


그거라도 붙잡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다고 했던가.

그때의 미련함이 내 아들, 며늘아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도착한 구급대원과 함께 구급차로 이동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구급차에는 한 명만 탈 수 있습니다. 남편 분이 탑승해 주세요."


그 말에 기석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괜찮다. 금방 따라갈 테니 얼른 출발해라."


그렇게 구급차를 보내자, 마침 택시 한 대가 뒤따라 오고 있었다.


"택시!"


그러자 다행히도 터미널과는 다르게 택시는 내 앞에 바로 정차했다.


"앞에 있는 구급차 따라가 줘요!"

"네."


짧은 대답과 함께 택시는 구급차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탄 택시가 터미널에서 탄 택시와 같은 차량이라는 것을, 자신에 옆에 한 소녀가 같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는 내 정신이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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