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다 뜨거운 마음으로(8)

by 하명환

아무도 어두운 방안


아들의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는 여성은 예전에 자신의 아들이 항상 하던 말을 떠올렸다.


'나을 구해주신 소방관 아저씨처럼 소방관이 될 거야.'


하지만 그 꿈을 응원해 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소방관은 아들을 구하고 돌아가셨으니까.


어째서인지 그 아이는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죽음을 이해하기에 너무 어렸을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은 어린아이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구하다 죽은 소방관을 동경해서 소방관이 되겠다는 그 아이의 꿈을 막을 수 없었다. 막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사실을 말해야 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저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아들이 말이 꼭 저승에서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처럼 느껴져, 그저 불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역시 말려야했다. 사실을 말했어야했다.


그렇게 과거의 거짓말은 결국 이런 결말로 돌아오고 말았다.


"..."


눈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


여성은 자리를 떠나기 위해 일어났다. 그러자 문득 책상 구석에 놓인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장례식장에서 아들이 구해준 아이가 주고 간 편지봉투였다.


"형은 어디었어요?"


죽음이 뭔지도 모를 것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가 혼자서 내 앞에 서 있었다. 아마도 같이 엄마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혼자서 이쪽으로 온 모양이었다.


"형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서 쉬고 있어."


거짓말로 아들을 잃었으면서 또 이렇게 선의라는, 좋은 의도라는 핑계로 또 거짓을 말하고 말았다.


"그렇구나. 그러면 이거 형한테 줄래요? 그리고 정말 정말 고맙다고도 꼭 말해줘야 해요."


그 당시에는 아들에게 쓴 편지였기에 내가 확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정리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엇는데, 어째서인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여성은 편지봉투를 잡고 어디에 둘까 고민하다가 문득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지 궁금해졌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해서 그런 것인지 허술하게 붙어있던 봉투입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열려있는 상태였다.


여성은 편지봉투 안에 들어있는 작은 편지를 꺼내 펼쳤다.


'고마워요.'


누가 봐도 아이가 쓴 것처럼 보이는 삐뚤빼뚤한 글씨.


'나도 아저씨처럼 멋진 소방관 할래요.'


여성은 멈췄던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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